최인선 전 농구감독의 '암 5년 생존법칙'
2011년 09월 01일 16시 34분 입력

"최고의 암 치료제는 '희망'"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의 분석자료를 보면 평균수명 80세를 경우를 가정하면 암에 걸릴 확률이 34.0%에 달한다.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다. 남자는 3명 중 1명, 여자는 4명 중 1명 정도가 암으로 죽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암 선고는 곧 죽음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 치료법의 발달과 조기진단의 활성화 덕분에 암은 당뇨처럼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증명해주는 게 바로 '5년 생존율'이다. 의학계에서는 치료 후 5년 동안 재발이 없다면 암이 완치된 것으로 간주한다. 즉 암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5년 생존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환자는 3~4기 이상의 후기 진행암 상태에서 발견되고서도 5년 생존이라는 완치의 기쁨을 누리고, 또 어떤 환자는 초기에 발견됐는데도 재발의 과정을 겪으며 암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암 진단 후 5년이라는 기간 암과 싸워서 이겨내는 '암 5년 생존의 법칙'이 존재한다.

  

9월 대장암의 달의 맞아 3기 대장암을 이겨내고 1일 대장암 홍보대사로 위촉된 최인선 전 프로농구 감독을 만나 5년 생존의 법칙을 들어봤다.

  

최인선 감독은 한국 프로농구 감독 사상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농구계의 살아 있는 신화다. 2005년 대장암 3기 판정(5㎝ 정도의 혹)을 받은 뒤 수술과 항암치료 등 대장암과의 고된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는 지금 대장암을 완전히 극복하고 후진 양성에 힘쓰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제1법칙:하던 일을 가능한 한 유지하라
암을 진단받은 대부분의 환자가 첫 번째 하는 일은 자신의 모든 생업을 중단하는 것이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받던 일을 그만두고 최대한 평안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후기암 등으로 고통이 심하거나, 거동이 불편하다면 치료에 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정도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자신의 일을 꾸준히 유지하거나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게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최 감독이 처음 대장암 3기로 진단받은 것은 2005년. 그는 수술 이후 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농구공을 하루도 놓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프로농구 감독으로 생활하면서 겪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암의 한 원인일 수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농구야말로 최 감독이 다시 병마를 털고 일어나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던 것이다.

  

지금도 그는 연예인 농구단 '아띠 바스켓'의 명예감독, SK 나이츠 기술고문 등을 맡고 있다.

   
◇제2법칙:암과 싸우려면 의사·가족과 팀워크를 이뤄라

"암(癌)도 잘 감독(監督)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최 감독의 말이다. 농구에서 '나'는 없다는 게 최 감독이 지닌 철학이다. 'NBA의 신화' 마이클 조던도 입단한 지 7년 만에야 우승을 차지했다. 팀워크와 조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암을 극복하는 고된 싸움에도 팀워크라는 똑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암은 환자 혼자 치료할 수 없다. 완치를 위한 5년이라는 기간은 길다. 의사에 대한 신뢰와 파트너십이 없다면 5년이라는 생사를 가름하는 소중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자신의 상태를 담당 의사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가족 역시 대장암의 예방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생활 개선, 운동, 생활습관 개선 등 대장암의 예방과 치료의 모든 과정에 가족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환자라는 것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가족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환자가 힘든 만큼 이를 지켜보고 또 지켜주는 가족도 힘들기 때문이다.

  
◇제3법칙:암과의 싸움을 위해 나쁜 습관을 버려라

암은 생활습관병이다. 암에 걸린 후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자신도 모르게 암이 좋아할 만한 생활습관에 젖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암이 찾아왔다는 것은 몸에 경고신호를 보낸 것과 같다. 따라서 기존의 나쁜 습관을 버리고, 암과의 전쟁에 맞게 생활습관을 개조해야 한다.

  

최 감독은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누구보다도 건강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건강한 어린이상을 받을 정도였고, 10대부터 농구선수와 감독 생활을 해오면서 건강만큼은 늘 자신했다.

  

젊은 후배 선수들과 건강검진을 해 봐도 건강 상태가 월등히 좋게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최 감독 역시 암에 걸릴 수 있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프로농구 감독이 달고 살 수밖에 없는 극도의 스트레스. 잦은 육식 위주의 회식과 불규칙한 식사가 그것이었다. 게다가 친가 쪽 어르신 중 몇 분이 대장암 병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3~4년씩 미루곤 했다.

  

현재 최 감독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1년에 한 번은 CT 검사, 한번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섬유소가 가득한 고구마·바나나 등 채소와 과일을 반드시 섭취(200g 이상)하고, 견과류를 수시로 즐기며, 음식에 될 수 있으면 소금 간을 하지 않는다.

  

배변 습관 및 변의 변화를 매일 점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농구 외에도 걷기, 달리기, 체조, 골프(프로골프 자격증 취득) 등 좋아하는 운동을 매일 30분 이상 즐기고 있다.

   
◇제4법칙: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라 

암은 방심하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적지 않은 암환자들이 암에서 해방되면 이전의 고통을 잊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암·희귀난치성 질환 등 중증질환자 3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자 3명 중 1명(35.1%)이 최근 1년 동안 약 복용을 임의로 1회 이상 중단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 환자임에도 치료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다는 것이다.

  

암의 재발 등에 대해 너무 민감해할 필요는 없지만, 암에 한번 걸렸던 사람은 암에 대한 경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암은 항상 방심한 틈을 노리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제5법칙 = 최고의 암치료제는 '희망'이다.

대장암에 걸리고 나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지만 최 감독의 생활은 건강했던 때와 크게 달라졌다. 복강경 수술을 받은 후 직장 부분이 쉽게 아물지 않아 소장을 빼내고 장루를 차는 생활을 해야만 했다.

  

식사 후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조금만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아무 데서나 '실례'를 하기도 해 가까운 지인이 아니면 사람들과 쉽게 자리할 수도 없었다. 2~3시간 이상 움직여야 하는 고속도로나 어려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사양하게 됐다.

  

하지만, 최 감독은 이런 불편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한다. "암이 생긴 뒤 현재의 삶과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 고마움을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그의 말 속에는 여전히 희망이 배어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