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을 앞두고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장기를 떼 주는 선행에 나란히 동참한 부부들의 사연이 훈훈함을 더한다.
장기 기증이 생소했던 10여년 전 생명 나눔에 동참했던 이들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둘이서 함께 하니 더 행복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따르면 땅끝마을 해남에 사는 한강희(61), 정규미(51.여)씨 부부는 2000, 2001년 차례로 신장 이식 수술을 했다.
아내 정씨가 2000년 TV를 보다가 한 프로그램에서 팔뚝에 굵은 주삿바늘을 꽂은 아이들을 보고 신장이식 결심을 했고 남편도 흔쾌히 동참했다.
당시 20대였던 큰딸, 작은딸, 고등학생 막내아들이 부모가 동시에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당황하며 가족동의란에 선뜻 서명하지 못했지만, 부부는 자녀를 설득했다.
애초 부부는 같이 수술대에 오를 계획이었지만 한씨는 가족들 몰래 깜짝 수술을 받았다. 이식받기로 한 환자가 수술이 늦어지면 위험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일방적인 수술에 서운했을 법한 아내 정씨도 이듬해인 2001년 8월 신장 기증 수술을 했다. '신장을 기증하면 몸무게가 줄어들 줄 알았다'고 말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결혼한 지 올해로 33년을 맞은 이들 부부는 “힘들 때 결정적인 한 마디로 용기를 주는 아내의 박력 넘치는 지원이 내 인생을 이끌어줬다. 20년간 중풍으로 누워있던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줘서 남편에게 늘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신장 이식을 계기로 장기기증 운동을 벌이는 이영희(58), 박수경(52.여)씨 부부도 1994년 남편이 먼저 다른 사람에게 신장 한쪽떼어준뒤 아내가 2004년 뒤따라 신장 기증을 한 사례다.
1999년 남편 이씨가 한쪽 신장을 떼어 얼굴도 모르는 남에게 기증한다고 가족들에게 말했을 때 가족들은 이씨 결정을 전적으로 지원하면서 사후각막기증, 뇌사시 장기기증등록을 함께했다.
하지만 5년이 흘러 2004년 아내 박씨가 신장 기증을 하겠다고 하자 자녀가 “아빠가 했으면 됐지 엄마까지 나서서 하려고 하느냐”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남편 이씨도 수술 이후 통증이나 어려움을 걱정해 아내를 만류했다.
가족들의 반대가 다소 서운했지만, 박씨는 차근차근 설득해 나갔고 결국 동의를 구해 그해 봄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을 건넸다.
이들 부부는 1978년에 결혼해 1년 뒤 얻은 큰아들이 생후 1개월 되던 때 선천성 심장판막증 진단을 받아 7년간 병원 신세를 지면서 마음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이씨 부부는 “병이 환자뿐 아니라 가정 전체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체험으로 알 수 있었다”며 “당시엔 큰 아픔이고 시련이었지만 그 일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남편 이씨는 지난해 6월 신장기증인과 이식인들이 모이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자신이 장기를 건넨 이식인과 수술 이후 처음 만나는 우연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는 “수술 당시 이식인의 딸이 보내준 눈물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감사 편지를 기억하고 있었다”며 “신장을 이식받은 분이 건강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큰 선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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