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를 통해 단절됐던 세상에서 비로소 나올 수 있었습니다." 팔과 손가락이 경직돼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중증 장애인이 시를 통해 희망을 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강원 춘천시 후평동에 사는 정상석(41.뇌성마비 1급)씨.
40㎡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정씨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몸 때문에 가만히 있기조차 어렵지만, 손가락 1개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세상을 표현하는 시인이다.
그가 시인이 되기로 한 것은 장씨가 15세 때 라디오를 듣던 중 필기구에 의지해 시를 쓰는 장애인의 사연을 듣고부터이다.
하지만, 당시 장씨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컴퓨터를 구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데다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해 장씨는 녹음기에 자신의 생각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1999년 삶의 안식처와 같았던 아버지를 여의고 슬픔에 잠겨 있다가 지인의 도움으로 중고 컴퓨터를 얻게 돼 모니터 화면 속에 한자씩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팔과 다리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방 한구석에 갇혀버린 정씨에게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써내려간 시는 단절된 세상에서 탈출하는 해방구가 된 것이다.
어머니는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을 때 스스로 포기하리라 생각했지만, 밤낮없이 자판과 사투를 벌이다 어느새 손가락 1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라며 "식당일을 마치고 들어오니까 컴퓨터 화면에 처음으로 `엄마 사랑해'라는 글귀를 남겨 감동받았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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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2003년 하늘나라로 떠난 아버지의 그리움과 새와 꽃 등 자연을 소재로 한 `하늘을 사랑할 수 있다면'이란 첫 시집을 발간한 데 이어 그동안 틈틈이 써놓은 1천여 편의 시를 모아 2집 시집을 내놓는다.
2집을 내놓기까지는 춘천시청 복지과의 손덕종씨를 비롯해 민성숙 춘천시의원, 출판사 관계자 등 지인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싶었다"라며 "8년 만에 내는 2집에서는 촛불처럼 살다간 장애우 친구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했다"라고 띄엄띄엄 힘겹게 말을 이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그에게 1년 전부터 새로운 인생 2막이 시작했다.
그동안 자신의 손발이 되어주던 어머니의 품을 떠나 당당하게 홀로 서기에 나선 것.
비록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지만 식당일로 고달픈 생활을 이어가는 어머니에게 더는 짐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시는 세상에 제가 존재한다는 가치를 느끼게 했다"라며 "어려운 사람들이 절망하지 말고 희망과 행복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장애인이라 동정심을 갖지 않도록 이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당당한 내가 되고 싶다"라며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정씨는 2집 출판기념회를 오는 21일 강원도체육회관에서 지인들을 초청해 조촐하게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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