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장애인의 대부' 김용직 변호사
2011년 05월 17일 11시 25분 입력

최근 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국내 아동의 자폐증 위험이 미국이나 유럽의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 연구는 비록 심각한 정신 발달장애를 보이는 자폐증 뿐 아니라 아스퍼거증후군 같이 가벼운 증세까지 포함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유병률 관련 내용이었지만 자폐증 실태가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자폐증 위험이 더 클 수 있음을 암시해 숨은 자폐인이 얼마나 되는지에 물음표를 더했다.

사단법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인 법무법인 KCL의 김용직(56, 사진) 변호사는 17일 "정부가 파악한 자폐성 장애인 수는 9천여명 정도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구 1천명당 1명꼴이라는 평균치에 근거해 우리 상황을 가늠하면 4만여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어도 부모가 일부러 등록하지 않은 사례가 많은 데다 우리나라에서 자폐가 장애 범주에 포함된 게 2000년이어서 자폐가 정신지체로 잘못 분류돼 등록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가 자폐성 장애에 눈을 뜬 건 장남 범중(28)씨가 서너살 때 자폐성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부터다.

한 단어로 간략히 표현되는 '자폐'는 속을 들여다보면 장애의 양상과 정도가 다양하고 언어, 의사소통, 사회적응 모든 게 어려워서 사회 활동도 어렵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다.

그는 2001년 판사직을 사임하고 변호사로 일하면서 자폐아 부모의 모임을 통해 꾸준히 활동해 오다가 법ㆍ규정 마련, 자폐 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활동할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2006년 협회를 만들었다.

자폐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말아톤'을 계기로 자폐성 장애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가족과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이 협회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자폐 관련 유일한 사단법인이다.

그는 자폐성 장애가 다른 장애와 크게 다른 점을 개인별 정도, 지적 수준, 집착 대상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 때문에 자폐성 장애인들에게는 1대 1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자폐아들은 당장 시설에서 조차 소외되고 있다.

그는 "자폐가 있으면 같은 걸 반복적으로 하는 습성이 있어서 잘 맞는 일을 찾기만 하면 이런 특성 때문에 오히려 그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며 "'잘하고 있으니까 계속 하라'고 격려해 줄 '향도'(嚮導)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그동안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자폐아 지도 매뉴얼을 만들고 특수교육, 의료, 자폐 스펙트럼을 주제로 연구하는 한편 온라인 상담도 해 왔다.

5년째 매년 열고 있는 '전국 자폐인 사랑캠프'는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 협회는 몇 달 전 법제화돼 본격 시행을 앞둔 '성년 후견인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광역자치단체마다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지원센터를 적어도 한 곳 이상 설립하도록 의무화하는 법 규정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김 변호사는 "가족 중 자폐성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어려움을 혼자 안고 있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폐는 소외되고 어려운 장애라 사회와 더불어 이겨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의 바람은 아들과 단 한 번이라도 속을 터놓고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에게는 매일 가능한 일이지만 그에게는 평생 도전해야 할 일이자 소망으로 남겨둬야 하는 일이다.

그는 "내가 죽어도 아이가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고 자폐아 부모들이 '자녀보다 단 하루만 더 늦게 죽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