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명품 맥주 만드는 보리스씨
2011년 05월 16일 16시 01분 입력

"제주의 물은 깨끗하고 부드러워서 섬세한 향을 내는 데 이상적이죠. 단백질이 풍부한 제주 보리는 거품이 오래가요. 독일이나 벨기에처럼 제주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든다면 누구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할 겁니다."
   

제주도개발공사의 객원 연구원으로 '제주 맥주' 개발을 총괄하는 맥주양조전문가(브루마스터) 보리스 데 메조네스(Boris de Mesones.49)씨는 16일 "맥주는 멀리 운반하면 할수록 질이 떨어지는데 이곳에서 생산한 신선한 맥주를 바로 마실 수 있다면 더없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지하수와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이 개발한 맥주용 신품종 보리인 '백호(白虎) 보리'를 원료로 만들어지는 제주산 생맥주는 곧 시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주시에서 토종 하우스 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며 세계적 수준의 정통 맥주제조기술을 선보이는 그는 유럽을 비롯한 세계 맥주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양조장 설립과 기술 자문도 맡고 있다.

  

"대기업 등 대규모 양조장은 원료로 쓸 물을 얻으려면 별도의 처리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제주에서는 수돗물에서 염소만 제거하면 된다"며 취재진에게 직접 제조 과정을 보여준 그는 끊임없이 상태를 점검하고 알맞은 온도와 압력을 조절하느라 한시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오전 10시께 시작된 작업은 맥주 원료인 맥아를 물에 넣어 65도 온도에서 처리하는 '당화'에서부터 '여과', 향·맛·보존 효과를 높이려고 홉(hop)을 넣어 끊인 뒤 식히고 효모를 넣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한나절이 훌쩍 지났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기계끼리 연결된 호스가 빠지는 등 불상사가 일어나는 만큼 점심도 10분 안에 해결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러나 몇 달 전 자신의 가게를 찾은 한 맥주 전문가로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맥주'란 칭찬을 받았다는 그는 물과 보리, 효모, 홉 등 네 가지 재료만으로 맥주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이 맛있는 맥주를 마시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자신의 직업을 '세상에서 가장 흥미있는 최고의 직업'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스페인 출신으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던 중 맥주의 매력에 빠졌다. 베를린기술대학 맥주연구소에서 '소규모 제조 맥주(마이크로 브루어리)'를 전공한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개발해냈다.

  

독일 유학 중이던 제주 출신의 여성을 만나 2002년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처음엔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9개월 정도만 머물려고 했지만 결국 제주에 정착했다.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감귤과 녹차, 해산물 등 제주 특산물을 이용한 맥주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도 했던 그는 "제주 전역에서 각자 다른 기술과 비료를 사용해 소규모로 재배하다 보니 보리의 질이 고르지 못하고 제각각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맥주를 만들 때마다 현금 흐름 등 경제적인 면을 고민합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맥주를 사게 되면 도외로 자금이 유출되지만, 지역 양조장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판매한 돈은 도내에서 돌기 마련이죠.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으로도 그만이고요."
   

"제주 맥주는 지역경제뿐 아니라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로부터 맥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양조장으로 돌아간 그는 "레시피 개발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