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픈 상처를 소설로 세상에 내놓는데, 그 이야기가 한 생명이라도 살려내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어릴 적 사고로 척추 장애인이 된 안학수(57) 시인이 자신의 상처를 담은 자전적 성장소설 '하늘까지 75센티미터'(도서출판아시아 펴냄)를 출간했다.
1993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돼 등단한 이후 '박하사탕 한 봉지' '낙지네 개흙 잔치' '부슬비 내리던 장날' 등의 동시집을 발표한 시인의 첫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하반신이 마비돼 몇 년간 방안에서만 지냈던 기억, 가난으로 정규 교육도 받지 못한 아픔, '꼽추'라고 놀림당하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털어놓는다. 이와 함께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 소설가 고(故) 이문구 씨와의 인연으로 시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출간에 맞춰 4일 기자들과 만난 안씨는 "이문구 선생님은 '상처가 많은 사람은 문학의 자산도 풍부하다. 상처를 그냥 두지 말고 문학으로 승화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동시처럼 맑고 깨끗함도 내게 있을 수 있지만 가슴에 상처가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며 "그런 마음이 동시를 쓰는 데 걸림돌인 것 같고, 쏟아내 버려야 동시도 더 잘 쓸 것 같았다"고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또 "초등학생이 투신자살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다"며 "내 상처 이야기가 어린이들이 자신의 고통을 이겨나가는 데에도 힘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소설에서 그는 그동안 말하지 못한 이야기도 털어놓는다. 지금까지 가족들도 자신이 누나와 놀러 나갔다가 비탈에서 굴러 척추를 다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웃집에서 옥수수를 몰래 집어 먹다가 이웃 형에게 발각돼 발길질을 당해 토방 아래로 나뒹군 후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에 아무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세월을 보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원망도 많이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게 됐다. 누님은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사셨는데 너무 늦었지만 풀어드리고 싶다"며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당시 일에 대해 사과를 하셨다. 술에 젖어 살아가신 형님에게 어떤 면에서는 내가 가해자"라고 말했다.
제목의 75센티미터는 일반인과 척추 장애인의 신장 차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에게 이 길이는 자신의 상처인 동시에 희망이었다.
그는 "어릴 때의 희망은 마치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며 "먼 하늘이 아닌 팔길이 75㎝, 팔을 뻗어 닿을만한 곳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들은 누구나 상처를 안고 있고, 장애도 결국 하나의 아픈 상처 중의 하나"라며 "장애인 작가라는 것을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소설로 감동을 주고 싶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안씨는 금세공 일을 배워 세공사가 되고 나서 금은방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2000년 가게를 접었다. 지금은 전업작가로 역시 장애인 작가인 아내와 글을 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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