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9층에서의 공포, 그리고 인간의 정(情)"
일본 강진으로 인한 혼란의 와중에 일본인들의 배려로 극도의 공포심을 극복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던 재일 한국인 학자의 지진 체험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6일 도쿄가쿠게이대학에 재직중인 이수경(50.여) 교수가 재외동포 전문지인 세계한인신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이 교수는 지난 11일 오후 지진 발생 당시 도쿄 국제무역센터의 39층 레스토랑에서 일본인 지인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면서 테이블의 접시와 컵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탁 트인 전망을 보여주는 외벽 유리창이 깨지면 위험하다는 일행의 얘기에 따라 안으로 피하려 했지만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 유리창 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1995년 고베 대지진을 현장에서 겪었던 이 교수는 또다시 지진과 맞닥뜨리자 트라우마(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로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이 교수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공중 속의 공간, 이 건물이 파괴되면 나 역시 끝이라는 생각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며 "그때 젊은 종업원 아가씨가 다가와 나를 끌어안고 등을 쓰다듬으며 `곧 멈출거다. 괜찮다'고 안심시키는데 그 배려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그는 일행의 부축을 받으며 가파른 비상계단을 내려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뒤에도 일본인 특유의 배려 정신을 절감했다.
일행이 근처 레스토랑으로 자신을 안내해 따뜻한 물을 마시게 하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킨데 이어 그 중 한 명이 인근 대피소에서 함께 밤을 지새우고 이튿날 새벽 지하철로 신주쿠를 거쳐 1시간 거리의 집으로 가는 전철에 오르기까지 끝까지 동행하며 보호를 해 준 것.
이 교수는 "일행의 부인이 2차 재난(사람으로 인한 재난)은 여성 혼자일 경우에 많이 생기니 절대 혼자 보내서는 안된다"며 남편을 동행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불안이 극도에 달해 있을 때라 만약 혼자였다면 고립 상태에서 이동이 불가능 했을 것"이라면서 "집에 돌아와 긴장이 풀렸는지 고열과 다리 근육통으로 앓는 중이지만 처참한 동북지방의 피해를 보며 가슴이 아파서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고 있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는 또 "경제대국 일본이 이토록 잔혹하게 상처입는 것을 보며 국경을 초월한 협력만이 미래를 살아갈 길임을 더더욱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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