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한의학 박사 1호(1976ㆍ경희대)'인 류근철 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8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86세.

류 박사는 '가난에서 벗어나려' 한의사가 됐다. 하지만, 고인은 결국 '돈'을 멀리하고 '사람'을 가까이한 현인(賢人)으로 남았다.

그는 2008년 "통장에 찍히는 돈의 액수가 겁이난다"며 전재산 578억원을 KAIST에 내놓은 '통큰 기부자'였다.

또 "KAIST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수천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가 되었으면 한다"며 "10년쯤 더 뛰고 싶다"고 말하는 열정적인 노학자이기도 했다.

1926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희대 한의학 석사ㆍ박사, 모스크바 국립공대 의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KAIST 명예이학박사ㆍ경희의료원 한방병원 부원장ㆍ경희대 의대 부교수ㆍ경희한방의료원 부원장ㆍ모스크바국립공대 교수 등을 거치며 연구에 집중했다.

1972년 세계 최초로 침 마취 맹장수술에 성공하고 '류박사 건강 증진기', '추간판 및 관절 교정기구' 등을 개발, 10건의 국내외 특허도 취득했다.   

2009년부터 KAIST에 '닥터 류 헬스 클리닉', '인재ㆍ우주인 건강연구센터'를 마련해 직접 하루 70명이 넘는 학생들을 진료하고, 두달 전 노환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제2, 3의 항생물질 개발에 전념했다.

그는 "2차 기부도 KAIST에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후학들을 사랑했다. 고인을 존경한 KAIST는 2010년 류박사의 이름을 붙여 스포츠 시설을 만들었다. 향후 세종시에 세워질 새 캠퍼스에도 고인의 이름이 붙여질 예정이다. 

현재, KAIST는 '류근철 스포츠 콤플렉스'에 분향소를 차리고 고인을 기리고 있다.
 

슬하에 두 아들 인희(연세대 철학과 교수), 광희씨와 세 딸 영희, 선희, 정희씨를 뒀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B2 1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0일이다. ☎ 010-3678-4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