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해직 노조원으로, 퇴출의 아픔, 힘든 투쟁과정, 동료와의 서먹함 등을 서로 얘기하며 마음 속의 고통을 보듬는다.
이 '그룹 상담' 모임을 진행하는 인권의학연구소(IMHR)의 임상심리 전문가 최현정(30ㆍ여)씨는 28일 "해직은 성인의 정체성을 바꿀 정도로 큰 스트레스이며, 개인의 고통이 아닌 노조 등 공동체의 문제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모임은 도시철도공사 노조가 비용을 지원하고 IMHR이 전문 인력인 최씨를 파견해 이달 초 시작됐다.
과거 노조들이 해고 조합원의 심적 고통에 대한 조사를 벌인 사례는 많았지만 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씨는 "사측과의 협상 등이 관심사인 노조 문화에서 해직의 고통을 토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힘들면 알아서 병원 정신과를 찾으라는 식의 접근은 해고 스트레스를 개인의 치욕으로 여기게 해 치유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도시철도공사는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2008년 말 기술, 승무, 역무 등 직원들을 잡상인 단속과 전단 수거 등을 맡는 '서비스단'에 배치했으며, 이들 직원 중 상당수를 근무 거부 등의 이유로 퇴출시켰다.
이들이 이번 일로 겪은 고통은 다양하다. 순식간에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으며 자존감을 잃는가 하면 응어리진 울분 탓에 가족이나 동료와 대화하며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한다.
심지어 복직했을 때 이미 관계가 나빠진 직장 동료들과 다시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해직자도 있다고 최씨는 설명했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최씨는 3년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수련하며 임상심리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2009년부터 IMHR 설립 멤버로 군사정권 시절의 고문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 등을 상담했다.
그는 "자신의 속내를 말하는 것 자체를 어색해하던 해직 노조원이 집단 상담을 통해 스스로 심적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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