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어려운 선천성 희귀질환이 있는 한국계 소녀와 친구의 질병 치료연구를 위한 기금 모금운동을 해온 미국 소녀의 따뜻한 우정이 미국 지역사회에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팔과 다리 등에 근육 손상이 나타나 움직임이 어려운 '척수성 근위축'(SMA)이라는 난치병을 앓는 이정인(11.미국명 앤지) 양과 그의 동갑내기 친구인 키라 스캐든(11) 양.

이들은 2007년부터 매년 이웃의 도움을 받아 모두 4차례에 걸쳐 거라지 세일(garage sale.집 차고에서 하는 중고품 매매)을 해 모은 5만2천900달러(약 6천100만원)를 SMA치료연구 지원단체 'SMA 가족들'(Families of SMA)에 전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방송에 출연하고,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SMA 치료제 연구비 마련을 위한 자선 모임이 열렸으며, 이 지역의 한 기업은 이익 일부를 SMA치료제 연구에 기부키로 하는 등 우정에서 시작된 작은 모금운동이 지역사회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들의 우정은 앤지가 2006년 키라가 사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 교외 네이퍼빌로 이사 오면서 시작됐다.

메이와츠 초등학교 2학년으로 수줍음을 잘 타던 키라는 처음에는 휠체어를 탄 동급생 앤지에게 다가가지 못했으나 농담을 잘하는 앤지와 금새 친해져 방과후에도 서로 붙어다녔다.

키라는 다른 사람들이 앤지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을 싫어했다고 앤지의 어머니 김귀염(36) 씨는 전했다.

키라는 이듬해인 2007년 앤지의 질환에 대한 치료 연구를 돕기 위해 동전 저금통(penny jar)을 들고 이웃집을 돌며 모금에 나섰으며, 이를 본 키라의 어머니가 장난감을 모아 거라지 세일을 할 것을 제안해 그 해 처음으로 기금 모금행사를 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소식을 들은 이웃들이 팔 수 있는 물품을 아낌없이 기부하고, 직접 판매에 나서기도 하면서 키라가 원래 세웠던 목표액 200달러를 훌쩍 넘어 무려 9천400달러를 모았으며 올해까지 모두 4차례나 열었다.

인근 상점 등도 기부에 동참해 올해는 인테리어업을 하는 한 이웃이 1만달러짜리 인테리어공사를 경매에 내놓아 4천700달러의 기금을 모았으며, 행사가 열릴 때마다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이웃을 포함해 30명 이상이 행사도우미로 참여했다.

또 키라의 어머니가 여행 중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난 자선단체 관계자에게 앤지와 키라의 이야기를 들려준 후 이 관계자의 주선으로 지난해 보스턴에서 SMA 치료연구기금 모금 자선행사가 열렸으며, 이 지역 문구업체도 이들의 우정을 담은 메모지를 제조해 대형할인매점인 타깃과 아마존닷컴을 통해 판매한 뒤 수익금의 25%를 SMA난치병 연구에 내놓기로 했다.

어머니 김씨는 "정인이가 활발한 아이이지만 성장하면서 자신의 질병을 인정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하지만 키라와의 우정과, 그에 따른 각종 행사 등 영향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됐을 뿐 아니라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행사를 찾아온 다른 난치병 어린이들도 밝은 모습의 정인이를 보고 용기를 얻는 것을 볼 때마다 기쁘다"면서 "조금 다른 모습인 정인이에게 따뜻하게 다가온 키라와 이웃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만든 기부사이트 '키라의 아이디어ㆍ앤지의 희망' (http://angieshope.org)에 따르면 SMA는 근육운동을 조절하는 신경이 파괴되는 질병으로 기거나 걷기, 목과 머리 조절, 삼키거나 숨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난치병이다.

하지만 최근 획기적인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미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충분한 연구비만 조달되면 5년 내 치료법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