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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염색체의 수와 구조적 변화, 유전자 염기서열의 돌연변이 등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그러나 ‘후성학(後成學.epigenetics)’이란 개념이 도입되면서 암 원인을 규명하는 접근법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후성학’이란 ‘DNA 메틸화’ 현상을 찾아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밝히는 새로운 학문이다. ‘DNA 메틸화’는 암발생의 원인에 관한 기존의 믿음과 달리, DNA 염기서열의 변화가 없어도 나타난다. 메틸화된 유전자를 통해 각각의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되며 유전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의 게놈 염기 서열 중 시토신(C)과 구아닌(G)이란 두 염기가 나란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시토신이 '메틸기'라는 꼬리표(tag)가 붙는 현상인 메틸화가 일어날 때 암억제 유전자는 기능을 잃게 된다. 인간의 정상세포에서는 암억제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되어 세포분열을 적절히 조절하는 반면, 암세포의 경우는 그렇지 못해 암억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거꾸로 암세포에서 DNA 메틸화가 일어나 암억제 기능이 소실된 유전자를 찾아내 연구하면 암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게놈의 경우 메틸화된 시토신은 전체 시토신의 3∼4%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가운데 최근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사진)ㆍ유근영ㆍ이연 연구팀과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ㆍ한원식 교수팀은 메틸화 유전자 4종(FAM124B, ST6GALNAC1, NAV1, PER1)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강대희 교수 연구팀은 성 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수용체가 양성 또는 음성인 각각 12명씩의 유방암 환자를 연구한 결과 유방암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유무에 따라 메틸화 정도에 차이가 나타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DNA 메틸화'는 발암의 조기단계에 나타나는 주요한 후성학적 유전자 변이"라며 "호르몬수용체 여부에 따라 관여하는 후생유전자가 다르다는 것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알게된 유전자의 메틸화 정도의 차이와 호르몬 수용체 유무를 미리 파악함으로써 한국형 유방암 환자의 맞춤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 발현 여부에 따라 예후와 치료방침이 달라진다.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암은 호르몬요법에 반응을 하며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음성인 유방암은 예후가 나쁘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유방암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원인은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연구결과는 후성학 권위지인 ‘인체 분자 유전제학(Human Molecular Genetics)’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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