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가 전국 첫 주민 발의로 의료원 설립을 추진한 지 8년 만에 사업비 일부를 확보해 의료원 건립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성남시의회는 13일 제179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시립 의료원 건립 예산 45억원9천여만원을 의결했다.
이는 성남시가 제출한 의료원 건립 예산 102억8천여만원 가운데 56억8천여만원이 삭감된 것이다.
이날 밤늦게까지 진행된 예결위에서는 의결 절차를 놓고 논쟁을 벌인 끝에 찬반 표결을 벌여 찬성 3표, 반대 8표로 앞서 문화복지위원회가 의결해 예결위에 올린 삭감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은 오는 18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시가 요구한 예산의 절반 이상이 삭감됐지만, 시설비 일부가 확보돼 오는 9월 의료원 건립부지에 있는 수정구보건소 건물에 대한 철거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료원이 준공돼 개원하기까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선 문화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 가운데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대학병원 위탁 조항은 한나라당 쪽 요구로 삽입됐지만,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로 보장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을 침해하기에 위법하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와 법제처의 해석이다.
시는 의회와의 협력관계를 고려해 "의회에서 합의된 조례안을 시장이 재의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상급기관인 경기도가 조례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재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시립 의료원 설립운동에 참여해온 민노당 성남시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대학병원 위탁 운영을 반대한다"며 대학병원 협진체제 구축이나 시 직영을 요구했다.
민노당은 또 조례안에서 설립추진위원회를 시 집행부와 시의회 추천 인사 위주로 구성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시민 참여를 배제해, 정치적 이익과 목적에 따라 혼란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에 개정된 조례안에서는 집행부 추천 6명, 시의회 추천 5명으로 설립추진위를 구성하게 돼 있다.
1천901억원으로 예상되는 총사업비 확보와 개원 이후 예상되는 경영난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2003년 수정구에 있던 종합병원 2곳이 폐업하자 의료공백 해소 차원에서 주민들이 시에 조례 제정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의료원 설립 운동이 시작됐다.
시는 2006년 3월 전국 첫 주민 발의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나서 2007년 11월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사 부지에 500병상 규모로 의료원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립 의료원 설립 운동에 참여했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해 6월 선거에서 의료원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후 시는 지난해 12월 본예산과 올 2월 추경예산에 의료원 건립비를 편성했으나 적자 운영을 예상하면서 운영 방식 등에 이견을 보인 한나라당 쪽의 반대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시의회와 지루한 공방을 벌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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