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학역사문화원, 병원사 심포지엄 개최
2013년 11월 14일 15시 55분 입력

[왓처데일리]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역사문화원이 주최하는 병원사 심포지엄이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았다.

 

의학역사문화원의 병원사 심포지엄은 '예술 속의 의학', '전쟁과 의학' 등 의학과 다른 학문분야의 접점을 이루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의료인은 물론 학계와 일반인들에게도 의학과 역사, 의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신선한 통찰의 기회를 제공하여 호평 받아 왔다.

 

이번 심포지엄 주제는 '의학의 전환과 근대 병원의 탄생'이다. 의료 행위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그 기원이 같다고 할 수 있지만 몸과 질병의 본질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근대 의학부터로서 그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수천 년 동안 쌓아 올린 인류의 경험과 지혜가 18세기 이후 서양에서 근대 과학과 접목되면서 비로소 근대 의학이 싹 트게 되었고, 그 일련의 혁신이 한 공간에 집약돼 제도화된 것이 근대 병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여섯 편의 논문 발표를 통해 이와 같은 근대 의학의 태동 과정을 여러 측면에서 재구성하고, 그와 같은 혁신이 근대 병원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제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병리학)가 “질병관의 변천(變遷)과 병리학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맡아 심포지엄의 막을 연다.

 

지 교수는 고대부터 근세까지 질병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그리고 질병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병리학 연구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또한 유럽에서 태동한 근대 병리학이 미국,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역사문화원 원장 정준기 교수가 기조강연의 좌장을 맡는다.

 

제1부의 첫 발표는 예병일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생화학교실)의 “수혈법의 확립과 혈액에 대한 새로운 이해”다. 예교수는 고대로부터 인류 문명이 ‘피’를 어떻게 이해해 왔으며, 피에 대한 각종 의학 이론을 어떻게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활용했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피의 순환이나 혈액형과 같은 지식이 쌓이면서 결국 수혈법이 임상에 활용되고, 이것이 수술과 임상 의학을 어떻게 혁신했는지에 이르는 긴 여정을 소개한다. 이어서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 황임경 교수(의료인문학교실)는 “시각문화의 관점에서 본 의료영상기술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인간이 살아있는 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면서 의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한다.

 

뢴트겐의 X-ray 발견을 계기로 외과적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살아있는 상태에서 장기를 관찰하고 병소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뒤로 CT, MRI 등 혁신적인 의료영상기술이 발달하면서 진단과 치료에 커다란 혁신이 잇따르게 되었다. 황 교수는 이 과정을 개괄하고 아울러 현대 의료영상기술의 문화적, 사회적 함의에 대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순형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제1부의 좌장을 맡는다.

 

제2부는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강신익교수(의료인문학교실)가 “통증의 조절과 신체관의 변화: 苦와 痛의 과학과 경험”으로 시작한다. 강 교수는 근대의 과학과 의학이 마취와 진통 기술을 개발하여 통증을 조절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소개하는 한편, 이것을 과학의 승리로만 인식하려는 시각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통증은 단순히 감각적인 아픔이 아니라 감성과 인지의 차원을 포괄하는 실존적 경험인데, 감각으로서의 통증을 제거하는 데만 치중할 경우 이들 차원을 간과할 우려도 있으므로 통증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강교수의 주장이다.

 

이어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역사문화원의 최은경 교수가 “소독(antiseptic)원칙의 확립과 수술의 혁신”을 소개한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병원은 오히려 환자에게 해로운 곳으로 인식되었는데, 이것은 세균 감염에 대한 이론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술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기존의 장기(miasma) 이론이 세균(germ) 이론으로 대체되면서 소독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고, 멸균과 소독을 통해 수술이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한 의학적 처치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옥주 교수(인문의학교실)가 “병원시스템의 근대화 Hospital in History: Toward a Healing Place”를 주제로 발표한다.

 

김 교수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서양의학사에서 병원의 본질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현대의 병원이 현대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질병을 치료하는 공간이 되는 데는 성공했으나 전근대의 병원이 지녔던 돌봄(caring)의 공간으로서의 성격은 약해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한국의 현대 병원사를 개괄함으로써 서양에서 서서히 일어났던 이와 같은 변화가 현대 한국에서는 얼마나 압축적으로 일어났는지 설명한다. 김건상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제2부의 좌장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