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장 분당차병원장 등 병원장·의사가 제약사 사외이사?
2013년 04월 11일 18시 07분 입력

[왓처데일리]불법 리베이트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엔 현직 의사는 물론 대형병원 병원장들이 제약사 사외이사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시사저널은 제약업계 상위 10위권에 있는 제약사를 중심으로 사외이사 현황을 살펴본 결과 주요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병원장 및 의사가 제약사의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는 대형병원 원장급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제약사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등기이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외이사제를 이용해 병원과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비롯한 특별한 유착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러한 병원장, 의사의 제약사 사외이사 활동에 대해 해당 제약사와 병원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제약사 운영에 대한 자문을 주고받기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을 뿐, 리베이트를 비롯한 유착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철 연세의료원장이 사외이사로 있는 LG 생명과학 관계자는 “아무래도 제약사다 보니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들을 모셨고, 그러다 보니 병원 쪽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회사가 R&D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반 기업 쪽에서는 사외이사를 기업인으로 데려오는데 제약사의 경우 그게 의사가 됐을 뿐”이라며 “리베이트나 유착관계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만약 그런 관계가 있다면 해당 병원에 대한 매출이 특히 높게 나와야 하는데 회계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성태 전 보건복지부 차관이 사외이사로 있는 녹십자 관계자도 “제약사가 약을 만드는데 있어서 의사나 약사의 자문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리베이트라던가 다른 커넥션이 있었다면 공개적으로 사외이사를 공시 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세브란스 병원 의사 등이 사외이사로 있는 종근당과 대웅제약, 한올바이오파마 측은 “사외이사와 관련된 언급은 곤란하다”, “아직 내용 파악이 안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자세한 답변을 회피했다.

 

이와 함께 제약사 사외이사를 병원장으로 두고 있는 병원 측의 주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당차병원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의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맡는 것을 가지고 리베이트 등의 유착관계가 있을 수는 없다”며 “게다가 지훈상 원장의 경우 병원장을 맡기 전에 이미 사외이사 임기를 맡고 있었다. 병원의 이득을 위해 일부러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란 대주주와 관련 없는 사람이 그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해 대주주나 경영자의 독단과 부실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병원과 제약사’ 라는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현직 의사가 제약사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의사나 병원장이 특정 제약사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은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가중처분 적용 기간을 제공자·수수자 모두 5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리베이트 가중처벌’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를 축으로 한 제약사와 병원 간의 ‘특별한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한 의료계의 리베이트 바람 또한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