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사, 일과 봉사 기회 필요합니다"
2011년 05월 18일 17시 08분 입력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은 정년이 따로 없는 평생직업인이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2008년 보건산업진흥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의사들의 약 62.5%가 은퇴 후 자원봉사나 재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의사들의 이같은 열정은 지난 3월 19일 '의사시니어클럽'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날 '클럽의 설립 및 운영방안 연구'에 대해 발표한 맹광호 가톨릭대 예방의학과 명예교수(68, 사진)를 만나 '의사시니어클럽의 출범 의미'와 '은퇴 후 삶'에 대해 들어봤다.

 

- '의사시니어클럽'이 출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릅니다. 따라서 의사 사회에도 대학이나 공직에서 퇴직한 사람들과 개원의 생활을 그만두는 노인 의사들의 수가 점차 늘고 있죠.

 

대한의사협회가 파악하고 있는 의사면허 취득자 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약 10만 명 수준인데요. 65세 고령인구 비율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1만 명 정도의 노인 의사들이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 중에는 아직 현장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들도 있죠. 하지만, 대학 또는 병원에서 퇴직한 이들이 많아요. 또 65세를 넘지 않았지만 은퇴하고 진료 이외의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의사들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구요. 중요한 건 이들 대부분이 건강하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나 사회봉사를 희망한다는 겁니다. 

 

의협은 노인 의사들의 사회활동에 대한 욕구를 수용해 유수의 외국 의사단체들처럼 우리나라에도 은퇴의사들을 위한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의사시니어클럽'이 만들어진 것이죠.

 

- 클럽을 정부가 지원하는 전문가 클럽으로 운영할 계획이신데요. 법적 근거가 있습니까.

 

1997년 8월에 제정되고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친 '노인복지법' 제23조는 '노인사회참여지원'에 관한 조항입니다. 23조 2항에는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의 설치운영’에 관한 내용이 있구요. 여기에는  일자리 개발은 물론, 교육훈련을 전담할 기관을 설치, 운영하는 경우 정부에서 이를 지원해 준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실무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맡아서 하고요. 의협이 의사시니어클럽을 만들어 운영하면, 정부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클럽 활동 중 의료 취약계층을 돕는 프로그램이 포함 돼 있어 더욱 그렇죠.


- '노블레스 오블리주'정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외국에도 이러한 전문가 클럽이 존재하나요.

 

미국의사협회 시니어 의사 그룹(AMA-Senior Physicians Group), 영국의사협회 은퇴자 포럼(BMA-Retired Members Forum), 캐나다의사협회 e패널 복지 프로그램(CMA e-panel, Member outreach program), 일본의 닥터스 뱅크(Doctors Bank) 등은  의사시니어클럽의 좋은 롤 모델입니다. 이들은 은퇴의사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알선해 주기도 하고, 정기모임을 통해 친교와 정보를 나눠요. 또 여행이나 자원봉사 활동을 알선하기도 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사회 취약계층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게도 하고요. 의사시니어클럽도 이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각종 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고요. 인문학, 예술분야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  의사시니어클럽 활동이 젊은 의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도 있었지요.

 

의협에서 처음 의사시니어클럽 얘기가 나왔을 때 젊은 의사들이 다소 우려를 표명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은퇴를 하고도 재취업을 하면 그만큼 젊은 의사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겠지요. 하지만,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두메산골이나 급료가 낮은 공공보건의료기관, 그리고 전일제보다는 파트타임 등 은퇴의사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클럽이 앞으로 추진할 계획을 설명해 주세요.

 

클럽 운영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은퇴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것, 그리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것 입니다. 그래야 은퇴 의사들은 연장된 수명만큼 재미와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어요. 또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 클럽이 잘 운영되면 국내외 의료소외 지역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범적인 전문직 시니어클럽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퇴임 후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저는 퇴직한 지 4년째 접어들었습니다. 대학을 정년 퇴직하고 나니, 학교 강의와 연구에 대한 부담이 줄었죠. 대신 대학 때 전공했던 예방의학이나 생명의료윤리 등과 관련된 사회활동이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대한금연학회 회장과 국가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 활동 등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수필이나 칼럼도 쓰고 있구요. 의학과 문학은 둘 다 사람을 상대로 하고, 아픔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는 치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어요. 정년퇴직 1년 전에 수필로 등단을 했고, 그 동안 수필집과 칼럼집도 한 권씩 냈지요. 아직까지는 강의, 회의, 글쓰기 등으로 분주하게 지내고 있어서 은퇴 후 삶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 현역 시절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스로 시간을 조정해가며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회의나 강의 요청이 들어와도 활동하기 좋은 시간에 맞춰서 정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은 잡지와 신문 등에 수필과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책을 읽으며 좋은 글감을 찾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에요. 대학에 있을 때는 괜스레 바빴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말씀해 주세요.

 

좌우명이 '경천애인'(敬天愛人)이에요. 다분히 개인적인 신앙과 연관된다고 할 수 있지만, 가톨릭신자로서 하느님을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인생이 얼마나 더 남았을지 알 수 없지만, 인문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올해 또 한권씩 책을 내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