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미국과 프랑스 등의 선진국에서 이뤄지는 `안면이식' 수술을 국내에서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서가 보건당국에 처음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강남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는 외상과 화상, 종양 등으로 얼굴의 많은 부분이 훼손된 환자의 안면기능 재건을 위한 `안면이식' 수술을 정부 차원의 `신의료기술'로 허가해달라는 신청서를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냈다.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는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 안전한지, 유효한지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게 되면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안면이식 수술은 2005년 프랑스에서 처음 시행된 이후 현재는 미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지의 몇 개국에서만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에서 세계 9번째 안면이식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안면이식 수술 방법은 수혜자에게 필요한 이식 부위를 미리 도안하고, 연결할 혈관과 운동신경, 감각신경 등을 찾아놓고 장기기증자로부터 이식에 필요한 안면조직(피부, 지방, 근육 포함)을 들어낸 다음 수혜자의 얼굴에 올려놓고 혈관과 신경을 연결하는 미세수술로 마무리된다. 홍 교수는 안면이식 수술을 신청한 이유로 국내에도 외상과 화상, 종양 등에 의한 안면 결손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이 있지만, 기존 방법으로 얼굴을 재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예컨대 안면과 전혀 다른 신체 부위나 인공 조직을 이용하는 기존의 수술법으로는 얼굴 내 입이나 코, 눈 주위의 재건이 불가능한 만큼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다른 사람의 안면을 이식하는 방법이 유일하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 이번 안면이식 수술을 신의료기술로 허가할지가 주목된다. 하지만, 안면이식 수술이 신의료기술로 허가된다고 해도 곧바로 의료현장에서 시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현행 장기이식법상 대통령이 정한 이식장기가 심장과 폐, 간, 각막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이식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안면을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을 한다면 불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윤리적 논란도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과연 얼굴을 심장이나 간처럼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장기로 간주할지와 이식 후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정체성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 등이 관건인 셈이다. 또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조직임에도 면역거부를 막고자 평생에 걸쳐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점과 이 때문에 암과 같은 다른 질병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 교수는 "무엇보다 뇌사자 등의 안면을 이식하게 되면 먹기와 마시기, 말하기 등의 기능과 안면대칭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미세수술 장비와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고, 신장이식과 간 이식, 수부 이식 등의 경험도 충분하기 때문에 보건당국의 허가와 법 개정만 이뤄진다면 안면이식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io@yna.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