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중심원리 뒤엎는 'RNA 자체 서열 변이' 발견
2011년 07월 04일 13시 46분 입력

▲서정선 교수
사람의 유전정보는 모두 DNA(유전물질)에 담겨 있다는 생물학의 '중심원리(central dogma)'를 뒤흔드는 새로운 발견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보고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는 ㈜마크로젠 생명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2008년부터 추진 중인 아시아인 유전체 다양성 프로젝트의 세 번째 연구결과로 한국인 18명의 DNA와 RNA를 동시 분석한 결과, DNA에는 존재하지 않는 RNA염기서열변이가 대규모로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RNA 자체에도 대규모 염기서열변이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생명과학에서는 생명 현상을 주관하는 모든 설계도가 DNA에 있고, 이것이 RNA를 통해 단백질로 구현된다는 ‘중심원리’가 중요한 개념으로 통해왔다.

 

세포내 생명 현상은 단백질을 통해 이뤄지는데, 그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가 핵 속의 DNA에 저장돼 있다. 이 DNA 설계도 중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일부분을 복사한 것이 RNA에 해당된다. 즉, 핵 밖의 세포질에서는 RNA의 정보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단백질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DNA에서 RNA로 정보가 복사되는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라고 하며, RNA의 정보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번역'(translation)이라고 한다. 이렇게 정보가 DNA에서 RNA, 다시 RNA에서 단백질로 전달된다는 것이 '중심원리'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 DNA의 염기서열이 RNA로 똑같이 전사되는 것이 아니고, 전사되는 과정에서 염기가 바뀜으로써 DNA에 없던 변이가 RNA에 새롭게 생기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기존의 연구에서 이러한 변이가 일부 보고된 적은 있으나, 모든 염기로의 변환이 다 가능하며, 그러한 자리가 최소 1천 800개 이상 존재한다는 것은 이번 연구를 통해 최초로 밝혀졌다.

 

또한 연구팀은 RNA 서열분석을 통해, 상동염색체에 존재하는 한 쌍의 유전자 중 어느 한쪽이 더 우선적으로 발현되는 ‘비대칭 발현(allele-specific expression)’, 기존에 알려진 모든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도 전혀 겹치지 않는 새로운 유전자 후보, 남녀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달라지는 X 염색체 상의 유전자 등 을 새로 발견했다. 

 

서정선 교수는 “지금까지는 DNA 연구를 통해 특정 변이의 존재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특성과 질병의 대부분이 설명될 것으로 믿어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DNA에 존재하지 않는 변이가 RNA에서 생긴다든가, DNA에 존재하는 변이도 RNA로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며 “RNA 서열 분석이 향후 인간 유전체 연구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한국인 18명의 게놈 분석을 통해 950만개 이상의 게놈 변이를 밝혔다. 이 중 220만 개 이상이 처음 발견된 새로운 것인데, 약 120만개는 한국인에서 최소 10% 이상 존재하는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국인에서 이렇게 흔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다른 민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한 번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변이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한국인에 쉽게 발생하는 질병이나 잘 듣지 않는 약물에 대한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선 교수는 “민족마다 대대로 살아온 환경에 따라 이에 적응하기 위한 고유한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의 이번 논문은 유럽인과 다른 한민족의 유전체 변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였고, 유럽인 중심의 기존 질병 유전자 발굴 연구 방법론의 한계를 지적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이제 각 민족의 질병 유전자 연구는 그 민족의 유전체 정보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것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인의 유전체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인 유전체 다양성 프로젝트는 앞으로 더 확장되어 내년까지 약 1천명의 아시아인 유전체를 분석할 계획이다. 유전체의학연구소-마크로젠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아시아인 유전체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http://tiara.gmi.ac.kr) 하여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개인별 맞춤의학의 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해갈 계획이다.

 

이 연구결과는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논문명 ‘Extensive genomic and transcriptional diversity identified through massively parallel DNA and RNA sequencing of eighteen Korean individuals’으로 온라인 판에 3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