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망막에도 약물치료 쉬워진다
2011년 05월 26일 12시 18분 입력

국내 연구진이 레이저를 활용, 특수한 세포막 때문에 약물 전달이 쉽지 않았던 뇌·망막 등의 이상 부위에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철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이 극초단파 레이저빔을 1천분의 1초 동안 쥐의 뇌혈관벽에 쪼여 혈뇌장벽에 일시적으로 틈을 만들고, 이 틈을 통해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21세기 프런티어 뇌기능 활용 및 뇌질환 치료기술 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의 성과는 특허 출원 중이며,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도 실렸다.

  

혈뇌장벽은 뇌에 존재하는 혈관 내부의 특수한 지방질 조직, 즉 세포막을 말한다. 이 세포막은 혈관 내피세포들이 서로 밀착·결합한 것으로, 포도당이나 산소 등 뇌에 필요한 극히 일부 물질을 빼고는 이 막을 통과할 수가 없다.

  

중요한 기관인 뇌를 유해한 세균, 화학물질 등으로부터 지키는 일종의 보호장치인 셈이지만, 동시에 치료에 필요한 약물도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환부에 이르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최 교수 연구팀은 펨토초(10의 15제곱분의 1초) 간격으로 명멸하는 강력한 극초단파 레이저를 1천분의 1초 동안 이 혈뇌장벽에 쪼이면 순간적으로 내피세포가 수축하면서 혈뇌장벽에 틈이 생기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물이 흘러나와 뇌에 이를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셈이다.

  

▲최철희 교수.
최 교수는 "레이저를 쪼여 내피세포가 일시적으로 혈뇌장벽 기능을 잃더라도, 5분 정도 뒤에는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며 "이 같은 방식의 레이저 치료 과정에서 세포나 조직이 전혀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람의 뇌에 적용하려면 레이저가 쥐보다 두꺼운 사람의 두개골을 투과해야 하는데, 그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보다 앞서 황반변성 등 망막 질환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망막에도 혈뇌장벽과 비슷한 기능과 구조의 망막혈관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