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하반신 마비 환자가 전기자극기를 이식하는 새로운 치료요법이 미국에서 개발됐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대학 척수연구센터의 연구팀은 19일(현지시각) 척수의 기저에 전기자극기를 이식해 뇌로부터의 정보 입력(input) 없이도 다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신요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마비는 뇌가 팔다리를 움직이기 위해 신경섬유를 따라 보내는 전기신호를 받는 척수가 손상되면서 일어나는데 이번 연구는 뇌의 명령 없이 걸음을 조정할 수 있는 척수 가장 아랫부분인 요추의 신경망에 주목해 마비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임 연구원인 수전 하르케마는 “이번 연구는 뇌를 통하지 않고 척수로 직접 보내지는 발, 다리 근육 신경의 피드백을 이용한 것”이라며 “척수에 있는 중성자가 뇌의 신경과 똑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번 신요법이 적용된 환자는 대학의 유명한 야구선수였던 25살의 롭 서머스. 그는 지난 2006년 자동차 사고 이후 가슴아래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를 치료한 의사는 그가 다시는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에 걸친 집중적인 물리치료에도 불구하고 서머스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2009년 의료진은 손상된 신경계를 깨우기 위해 척수의 기저에 전기자극기를 이식했다. 그는 이식 수술 후 26개월간의 다리 근육 훈련을 통해 4분간 혼자 설 수 있게 됐으며, 치료사의 도움으로 러닝머신에서 걷는 동작을 할 수 있게 됐다. 또 발가락과 발목, 무릎과 엉덩이를 움직일 수도 있게 됐고 이에 따라 방광과 성적 반응도 일부 회복됐다.

서머스는 “굉장한 경험이었다”며 “4년 동안 움직일 수 없었던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이 요법 적용을 허가한 5명 중 치료를 받은 사람은 서머스 한 사람뿐이며, 서머스가 척수 손상 B등급인데다 사고 전 젊고 매우 건강했다는 점에서 A등급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을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의학저널인 '랜싯'에도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