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 [왓처데일리] 발달장애는 치료기간이 길어 부모들은 물론 아이들도 힘들어하는 것이 현실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금방 지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치료를 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하면서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음악치료가 그것이다. 아이들의 정서에 옷을 입히는 음악치료로 발달장애아동들과 부모들의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올해 8살이 된 민수(가명)는 비전형자폐아동(POD NOS)을 앓고 있다. 충동적인 부분을 조절할 수 없었고, 특정 물건에 대한 집착이 강하며 언어표현이 미숙했다. 그럴 때마다 다그치면 민수는 반항을 하고, 오히려 눈 맞춤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며 불안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꾸준한 음악치료를 병행한 결과 충동조절 능력이 향상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줄 알게 됐다.
특히 민수는 다른 발달장애아동 2명과 함께 그룹치료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적응을 못하고, 다른 아동의 활동에 과도하게 관여하고 악기를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는 등의 문제가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을 되찾았다. 또한 언어표현이 많이 향상됐으며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민수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을 통틀어 발달장애라고 하는데 발달은 말 그대로 성장에 따른 기능적 발전 과정을 말한다. 대개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양상으로 나이에 맞게 발달이 진행되는 역동적 과정이다. 그러나 해당하는 나이에 이뤄져야 할 발달이 성취되지 않은 상태를 바로 발달장애라고 한다. 발달장애는 특정 질환 또는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발달 선별검사에서 해당 연령의 정상 기대치보다 25%가 뒤쳐져 있는 경우다.
이러한 증상의 원인은 다양한데, 염색체 이상 등에 의한 선천성 대뇌 발달 이상이나 미숙아, 주산기 이상, 출생 후에 발생하는 각종 대사 이상, 감염, 출혈, 저산소증 등의 생물학적 요인 등이 있다. 또한 부모의 관심이나 격리, 약물 중독, 산모의 음주 등 부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 경제적인 환경도 원인이다.
운동 발달 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은 뇌성마비, 말초신경 및 신경근 질환, 지적장애, 근육 질환이다. 청력이 소실됐거나 지적장애, 자폐증 등이 있으면 언어 발달에 장애가 흔히 발생한다. 운동, 언어, 사회 심리적 발달 장애가 두루 동반된다면 뇌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자궁 내 감염, 주산기 이상, 진행성 뇌병변에 의한 경우가 많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 ‘음악치료’
음악치료는 발달장애뿐만 아니라 정신질환과 노인질환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음악치료는 그 효과에 비해 아직까지도 낯선 치료법에 속한다. 물론 예전보다 대중화되면서 발달장애 부모들이 음악치료를 위해 발 벗고 찾아 나서기도 한다. 또한 음악치료가 쉽게 이해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는 음악이 본질적으로 뜻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점이다.
‘음악’은 예술을 뜻하는 반면 ‘치료’는 과학에 속하는 단어이다. 예술의 속성은 주관성과 개인성, 창조성에 바탕을 두고 미를 궁극적 추구대상으로 하지만 과학은 이와 정 반대적 개념인 객관성과 보편성, 그리고 재현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과학은 그 속에 내재된 원리나 지식을 근거로 이뤄지는 증명된 그 어떠한 것이다. 이렇게 전혀 맞지 않는 두 영역이 만나 ‘음악치료’가 탄생했기에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것이 바로 음악치료가 가지는 매력이다.
미국의 음악치료협회에 따르면 음악치료는 치료적인 목적, 즉 정신과 신체건강의 복원과 이를 유지시키며 향상시키기 위해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정신과에서는 정신질환으로 잃어버린 사회적 기능이나 직업능력을 회복시켜주는 재활의 목적을 갖는다는 뜻이다. 또한 장애인을 위해서는 새로운 적응기술을 가르쳐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인데 이 모든 목적을 위해 음악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음악치료를 의미한다.
어려운 언어는 ‘NO’, 음악으로 말해요
발달장애아동들은 말 그대로 일반 아동에 비해 인지 학습능력이 뒤떨어진다. 그래서 좀 더 세심하고 특별한 접근 방식이 필요한데 이럴 때 말로 하기 보다는 각종 악기를 이용해 접근하는 방법이 바로 음악치료이다. 북이나 탬버린, 드럼, 실로폰 등 음을 낼 수 있는 모든 악기가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아이들의 부정적인 언행을 바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음악치료는 발달장애아동들은 물론이고 일반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영재아동들에게는 창의력과 사회성을 향상 시키는 역할을 하고, 일반 아이들 중 산만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은 정서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다. 그만큼 음악치료는 실제 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주관적인 음악과 객관적인 과학이 만난 음악치료는 이러한 상반적인 측면을 하나로 연결해 개인의 삶과 질을 향상시키고 질병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음악을 치료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치료는 치료사와 함께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며, 치료사들이 각 개인의 질병과 연관된 다양한 문제점들과 음악의 필요성을 진단해 개인의 치료적 목적에 적합한 음악을 선정한다.
음악으로 다가가니 마음을 여는 아이들
음악치료 종류에는 즉흥연주, 재창조 연주, 작곡, 감상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발달장애아동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감상이다. 감상은 녹음된 곡이나 실제 연주를 듣고 연관된 활동을 통해 경험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보통 녹음된 곡을 듣는 경우가 많고 치료사의 라이브 음악도 이용한다. 이외에도 악기를 이용하든, 목소리를 이용하든 자신의 음악을 즉각적으로 만드는 즉흥연주도 있다. 즉흥연주라는 말이 장황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발달장애아동들이 자신이 치고 싶은 음악을 몇 마디 연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음악치료 방법이다.
재창조 연주는 이전에 작곡된 곡을 악보를 보면서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것으로 보통 아이들에게는 쉬운 동요를 함께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른다. 작곡은 노래 일부분을 작곡하거나 전체를 작곡하는 것을 말하며 치료사는 발달장애아동이 작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작곡이라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도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은 아니지만 작곡으로 인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잠재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아동들 모두를 이러한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치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혹 치료사를 이기려 하고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치료사가 행복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치료가 될 수 없다. 발달장애아동들은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고 충동을 잘 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조차 힘들어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자신이 치고 싶은 대로 악기를 갖고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먹을 쥐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것도 좋고, 건반에 손을 대지 않던 아이가 손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라고 본다. 발달장애아동들의 이러한 행동이 바로 음악을 통해 마음을 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응용한 음악치료도 진행된다. 치료라고 할지라도 재미가 없으면 아이들이 금방 싫증내고 치료효과도 낮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오선지에 음계를 그리고 색칠하거나 계명으로 노래를 부르고, 음의 높낮이를 온 몸으로 표현하기 등 말 그대로 음악과 관련된 모든 영역을 응용해 ‘음악치료’가 재미있는 놀이라고 인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음악치료 효과 덕분에 지난해 12월 서울시 어린이병원은 이러한 아이들이 모인 ‘레인보우 어린이 음악밴드’의 세 번째 연주회를 열었다. 약 30여명의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무대에 올라 춤·노래·연주 등을 선보인 것이다. 1부에서는 바이올린·플루트 앙상블과 첼로, 클라리넷 독주, 난타, 독창 등 1년여 동안 개별 및 소그룹 음악교육을 통해 향상된 음악적 기량을 발휘했고, 2부에서는 음악치료실에서 발달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사회성 증진 모델로 개발한 레인보우 어린이 음악밴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창작뮤지컬 ‘보물섬 - 내안의 보석 같은 선물을 찾아서 ’를 공연했다. 발달장애아동들의 이러한 연주회는 큰 호응을 받으며 발달장애아동들과 부모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한방음악치료 들어보셨나요? 국악과 서양음악의 만남
한방음악치료는 한의학의 이론과 치료방법을 바탕으로 연구된 새로운 음악치료법으로 편향된 기를 조절하고, 불안정한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게 해 각종 질병을 치료․예방하고 건강을 증진시킨다. 이것은 서양의학적 관점에서 행동주의 심리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기존에 행해지고 있는 음악치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방음악치료는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보는 한의학 이론에 접목돼 연구된 새로운 한방요법으로써 지금까지의 음악치료가 정신이나 정서적인 질병의 치료에만 국한돼 쓰이는 음악치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인체의 정(精), 기(氣), 신(神)에 영향을 줘 정신 및 정서적인 질병과 연결된 치료뿐만 아니라 육체의 형질적인 질병에도 치료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음악치료의 이론과 연구라는 점에 우수성이 있다.
한방음악치료는 발달장애를 포함해 중풍 및 뇌혈관 질환(뇌경색, 뇌졸중), 만성피로 및 소화기질환, 오장(간, 심, 비, 폐, 신)병증, 근육마비 및 재활치료, 면역력 향상 및 심리적 안정(암환자), 사상체질별 병증 관리, 당뇨 및 혈액투석 환자, 신경성질환(우울, 불면, 건망) 등에 큰 효과가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 이승현 교수는 “한방음악치료에 사용되는 음악은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의 국악뿐 아니라 서양음악도 쓴다”며 “현대와 전통적인 사상이 남아있는 문화가 공존하는 시대인 만큼 음악 또한 마찬가지로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이 공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방음악치료이기 때문에 국악만 사용해야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고, 음악치료가 서양의학과 접목돼 지금까지 연구돼 왔기 때문에 서양음악만 사용해야한다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라며 “음악치료에 사용되는 음악은 치료대상자의 음악적 선호도와 치료대상자가 수용할 수 있는 음악 단계에 따른, 선별된 오행음악에 의한 감상과 연주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발달장애아동들의 경우에는 각각의 성향이 너무 뚜렷하지만 그 성향에 맞게 음악을 분류해 사용하지는 않는다. 이승현 교수는 “발달장애아동들에게는 즉흥연주를 시키는데 무조건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피아노를 치게 한다”며 “어떤 식으로 악기를 연주하든 그것만으로도 치료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과 분노 동반하는 ‘화병’도 ‘한방음악’으로 해결
한방음악치료에서는 오행으로 분류한 오행음악과 사상체질별 병증치료를 위한 체질음악을 이용해 감상치료와 연주치료를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먼저 한방음악치료 설문지 검사를 한 후 한방음악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그 후 악기연주를 실행하며 여러 가지 치료를 한 후 개인별 감상테이프를 제작하며 최소 일주일에 2번 이상 1시간 내외로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최근에는 한방음악이 불안과 분노, 우울 등 화병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이 한방음악치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승현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정서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기 순환이 원활치 않게 되고 통증과 같은 신체 증상으로 이어진다”며 “한방음악치료에는 ‘마라카스’와 같은 악기를 활용해 경혈을 두드려주는 과정이 있는데, 이는 뭉쳐진 기운을 자극을 주어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한방음악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서는 단순히 음악 청취에 더해 음악에 맞춘 동작, 그리고 발성을 활용함으로써 가슴 속에 쌓인 분노 등의 감정을 좀 더 쉽게 밖으로 토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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