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계 장기 7개 동시이식 국내 첫 성공
2012년 02월 16일 11시 06분 입력

[왓처데일리]만성장폐색증 환아 6년 투병 끝에 다장기이식으로 새 생명 얻어
장기이식수술 경험 통해 쌓아온 실력과 최고 수준 중환자 치료가 만들어낸 성과 

 

“저도 친구들처럼 햄버거를 맘껏 먹어 보고 싶어요”
이런 게 소망일까 싶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지만 7살 어린 은서에게는 가장 큰 소망이다.

은서는 음식물의 소화기능이 거의 없어 먹는 것도 다 토해버리고 먹은 음식을 흡수하지도 못하는 희귀질환으로 그동안 이 소소한 행복도 누리지 못한 채 영양제 수액을 통해서만 영양보충을 해왔다.

하지만 은서에게 그 간절한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바로 은서의 뱃속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소화기계 장기 7개를 동시에 이식해 새로운 삶을 얻은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3개 이상의 복강 내 동시 장기 이식에 성공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복강 내 다장기이식은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하는 수술이며, 만성 장 가성 폐색 증후군이란 희귀질환을 7개의 동시 장기이식으로 치료하기는 처음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외과 김대연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12일 만성 장 가성 폐색 증후군(이하 만성장폐색증후군)으로 6년간 투병해 온 조은서(7살)양에게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복강 내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7개의 동시 장기이식을 시행해 성공했다.

 

정상적인 사람은 음식물 섭취 후 활발한 장운동을 통해 음식을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하지만 만성장폐색증후군 환자는 장의 운동 자체가 없어 음식을 먹는다 해도 다 토해버리고 칼로리의 30%정도 밖에는 흡수하지 못해 나머지 70%는 주사제로 보충하는 정도가 지금까지의 치료법인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전국에 환자가 10명 내외일 정도로 그 수가 적고 지금까지 알려진 1년 생존율은 87%, 4년 생존율은 70%로 보고되고 있으며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완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조양은 2005년에 미숙아로 태어나 만성장폐색증으로 진행되어 4살도 채 되기 전에 꼬인 위를 원상복귀 시켜주는 위염전 수술 등을 받았고, 이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장 때문에 항문으로 대변을 보지 못하여 운동기능을 손실한 결장을 우회하는 대장루술을 시행하고 지내왔다.

 

수술 후에도 반복되는 장 폐색과 몸 속 전해질 불균형, 염증 등으로 인해 복강 내 위, 간, 소장, 대장 등 주요 장기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해 영양주사로 겨우 영양공급을 하며 투병생활을 지속했다.

하지만 주사를 통한 영양제 투여법도 간 손상, 감염, 장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며 영양제 치료를 지속할 경우 심한 혈관 손상을 가져와 더 이상 주사를 맞을 혈관이 없어져 치료를 받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지게 되어 결국 사망하게 된다.

 

특히 조양은 7살이란 어린나이에 또래 친구들이 먹는 햄버거나 피자 등의 음식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어 기본적인 행복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급기야 소화 장기 대부분의 기능을 모두 잃게 되었고 간 손상까지 입게 되어 빠른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임을 판단한 김대연 교수는 2년 전부터 환자를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시키고 복강 내 거의 모든 장기를 떼어내고 이식하는 다장기이식 수술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10월 12일, 조양과 비슷한 나이의 뇌사자로부터 장기이식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서울아산병원 간이식및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가 직접 뇌사자의 장기를 적출해왔고 투병 기간 동안 많이 손상된 조양의 복강 내 장기들을 하나씩 떼어낸 후 수술준비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던 김대연 교수도 장기별로 이식을 진행했다.

수술 후 김대연 교수는 “소아 장기이식은 혈액형, 장기의 크기 등의 문제로 성인 장기이식보다 훨씬 어렵고 성공할 확률이 낮은 것이 사실이나, 이번 조양의 경우 장기를 기증한 소아 뇌사자와 많은 부분이 적합했다”고 밝혔다.

 

고난이도의 수술이었지만 이식팀 전체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 총 9시간의 성공적인 수술을 마칠 수 있게 되었으며, 조양은 장기 이식 후 치료를 위해 곧바로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은 조양은 수술 후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 호흡이 가능해지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또한 9일 째부터 위루관을 통한 음식 섭취가 가능해졌고, 20일 째부터는 입으로 죽을 먹기 시작했으며, 한 달째에는 6년 넘게 맞아온 영양주사를 끊고 식사로만 영양 섭취가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조양은 집중치료를 마치고 수술 후 두 달이 채 안 되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나날이 좋은 회복세를 보였다.

 

보통 장기이식 후에는 여러 종류의 독한 약물과 면역억제제 사용 등으로 어른들도 그 치료과정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지만, 조양의 삶의 대한 의지와 의료진 모두의 노력으로 이식 수술 후 성공적인 치료 과정을 밟았고, 곧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번 조양의 다장기이식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은 바로 그간 김대연 교수팀이 수년간 쌓아온 소아간이식 경험과 높은 치료 성공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팀은 소아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1994년 생체간이식을 성공한 이후, 담도폐쇄증, 급성 간부전, 윌슨병, 간세포암과 그 외 대사 질환이나 혈액 응고 장애 등의 희귀병 환자들에게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고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통해 건강한 간이 성공적으로 이식되도록 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최근 10년 동안 수술 후 3개월 생존율 97%, 1년 생존율 94%, 3년 생존율 93%, 5년 생존율 91%, 10년 생존율 91%로 나타났으며 미국의 어린이병원으로 유명한 신시네티 어린이병원의 간이식 수술 후 3년 생존율 89% 보다도 높은 성과로 해외 유수 기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김대연 교수는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소장이 너무 짧거나 기능을 못하게 되는 단장(短腸)증후군으로 인해 영양섭취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위한 단장증후군 클리닉을 운영하며 영양제 치료와 소장 수술 등을 통해 많은 치료 경험을 쌓았다.

 

특히 영양주사 치료의 경우 장기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문 의료진,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에서는 환아들의 치료를 위해 가정간호 및 입원치료를 하고 있다.

또한 이번 조양의 7개 동시 장기이식은 서울아산병원의 최고 수준의 중환자실과 중환자 치료의 노하우도 큰 역할을 해냈다. 조양의 1분 1초의 변화도 놓치지 않고 치료에 임해온 의료진들의 성과로 수술 후 성공적인 관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수술 후 건강을 되찾고 있는 딸을 간호하고 있는 조양의 어머니 김영아씨(33세)는 “천천히 밥 먹는 연습을 하면서 다시 건강한 웃음을 찾은 은서의 모습이 꿈만 같다. 그동안 치료와 수술을 해 주신 김대연 교수님과 의료진 모두에게 감사하고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많은 도움을 준 서울아산병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번 국내 최초 다장기이식 수술의 성공을 이끈 김대연 교수는 “국내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생존 확률이 낮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완치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수술결과”라며 “간이식의 세계적인 대가인 이승규 교수의 지도하에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가진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팀의 역량과 협력이 중요한 성공요인이며 수술 후 밤낮없이 은서의 회복을 위해 힘쓴 의료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이식 성공 소감을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은서는 늘 햄버거를 먹는 것, 동년배 다른 아이들과 같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는 것을 꿈꾸던 여느 7살 여자 아이였다. 은서의 그 소박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게 되어 가장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경우 장기나 기타 신체 조직에 관한 이식에 대해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다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관련 법률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다장기이식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어 조양과 같은 경우 이식을 받기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1년 피츠버그 메디컬 센터가 처음 다장기이식을 시행한 이후 2011년까지 평균 연간 30건, 총 650건 정도의 다장기이식이 시행되었다. 또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복강 내 장기 이식을 받은 소아환자 중 약 30%가 다장기 이식 수술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사자료제공:서울아산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