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실험에 참가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7월 5일 월요일 환경정의의 전체회의 시간에 슈가프리(Sugar-Free) 캠페인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했다. 실험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는 태도를 보였다.

문제는 그녀가 유별나게 ‘군것질’을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실험 제안자들의 입장에서 빵, 초콜릿, 과자를 입에 달고 사는 그녀가 눈에 띄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다. 캠페인을 기획한 팀의 고정근 국장은 기획안이 나온 순간 꿩을 노리는 매와 같은 눈으로 주변을 관찰했으리라.

자신이 인간 모르모트, 실험대상이 될 줄 모른채 과자를 입에 물고 행복하게 웃음짓는 그녀의 모습은 실험 기획자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기획의 성공을 위해 눈 딱 감고 작전에 돌입했다.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하다가,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빛의 속도로  '희생양'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결과는? 오케이. 그렇게 월요일에 나온 실험 이야기는 그 주 금요일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물론 주인공은 은미씨였다.

은미씨는 자신이 설탕에 많이 의존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처음에는 자신이 실험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아무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선정된 이유를 곱씹어 보자 실험에 참가하는 것이 점점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만 그렇게 단 것을 먹는 것은 아니다. 여자는 모두 달콤한 것 좋아해’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처럼 단 것을 많이 먹는 것은 아니다. 이 사실 때문에 그녀는 우울했다.

그것도 잠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과연 30일을 참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생긴다. 아이스크림을 쥐어주니 환한 모습으로 먹는 그녀의 모습을 본 동료들의 얼굴에도 걱정스러운 빛이 서린다. 

그녀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더 건강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 잡아 본다. 실험이 끝나면 ‘내 몸을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금단 현상을 극복한 자신의 대견스러운 모습을 그려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은미씨에게 설탕은 ‘너무 아름다운 존재’다.

환경언론 강좌가 진행되는 2박 3일간 그녀는 쉼 없이 과자를 먹었다. 7월 10일 하루 동안 그녀가 먹은 과자만 해도 초콜릿 케이크, 초콜릿 과자, 포도 맛 나는 초콜릿 파이, 딸기 맛 나는 초콜릿 파이, 초콜릿 칩이 들어있는 쿠키, 크래커, 비스킷, 와플, 밀크초콜릿 등 이었다.

그녀의 과자 섭취는 그 다음 날도 계속 됐다. 그 결과 몸이 가려워지기 시작했고 군데군데 두드러기처럼 반응이 왔다. 어릴 때부터 그런 알레르기 반응이 있기는 했지만 식생활 개선 후 없어졌었다. 하지만, 그 식생활이 무너지자 바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또 먹었다. 실험을 시작한다는 사실이 한동안 안정을 찾았던 그녀의 식생활 패턴을 오히려 흐트려버렸다. 마음 한 구석에서 ‘괜찮아, 슈가 프리 할 거니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라는 생각이 과자에 대한 경각심을 무너뜨린 것이다.

주변에서도 스스럼없이 과자를 건넨다. 더군다나 강좌를 다녀온 이후 이틀 연속 술까지 마셔버렸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하기로 했지만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