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서서히 깔리는 시간, 충북 음성군 소이면 주민자치센터에는 저녁식사를 서둘러 마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한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무신과 몸빼바지 차림에 옆집으로 마실 가는 듯한 시골노인들이 주축을 이룬 이들은 댄서복으로 의상을 갈아입자 평균 연령 65세의 촌로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젊게 변신한다.
지난 3월부터 주민자치센터가 마련한 스포츠댄스 교실에는 대부분 농사에 종사하는 여성 8명과 남성 6명 14명이 어울려 '춤' 삼매경에 빠지고 있다.
이들은 26일 면민 열린음악회에서 첫 발표회를 갖는다. 다음 달에 열리는 호서대 총장배 프로.아마 스포츠댄스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매일 연습에 들어간 이들은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스포츠댄스를 익히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은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히고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춤사위에 신바람을 내지만 때로는 발이 서로 엉키면서 상대방의 발을 밟기도 하고 때로는 순서를 잃어버려 겸연쩍게 옆사람의 동작을 따라하기 일쑤다.
이송자(70) 할머니는 "처음에는 나 같은 노인이 춤을 춘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 선뜻 나서지 못했다"라면서 "하지만 이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댄스교실 강사 김종태(37)씨는 "여러 곳에서 강의해봤지만 여기 어르신들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노인 자신의 건강함이 자식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운동을 한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이면 관계자는 "농촌 지역의 노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노인들의 여가활동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라면서 "그러나 우리 면은 노인들을 주축으로 주민들이 춤을 배우면서 삶의 의욕을 얻고 주민화합도 전보다 훨씬 잘된다"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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