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김지혜 양(18, 가명)은 키가 163cm인데 몸무게는 72kg이나 나간다. 중3일 때만 해도 몸무게가 53kg 정도였으나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토스트, 닭꼬치 등 야식을 매일 저녁 먹기 시작한 뒤, 고2 때에는 몸무게가 64kg으로 늘었다. 걱정이 된 김 양은 다이어트를 한다며 줄넘기를 시작하고 식사량도 조절했다.

하지만, 줄넘기를 지나치게 하다보니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퇴행성 관절염이 온 것이다. 의사는 줄넘기를 삼가라고 했다. 운동을 하지 않고, 식사조절만 하니 살이 빠지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실패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몸무게는 더욱 늘어나 72kg이 돼 버렸다. 점점 몸무게가 늘자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김 양은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먹는 것을 참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음식을 잔뜩 먹었는데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과식을 하고 나면 자꾸 기분이 우울해졌다. 

지난 8일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비만학생비율은 14.25%, 고도비만율은 1.25%로 전년보다 각각 1.08%포인트, 0.17% 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고도비만율은 2006년 0.84%, 2007년과 2008년 0.83%, 2009년 1.08%, 2010년 1.25%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식습관 장애 중 하나인 '마구먹기 장애'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폭식증, 거식증 등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는 식습관장애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의 도움말로 '마구먹기 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임 교수는 김 양과 같은 증세를 '마구먹기 장애'라고 말한다. 마구먹기 장애란 우울하고 무력감을 느낄 때 음식을 마구 먹음으로써 기분 전환을 하려는 식습관 장애다. 일시적인 불안과 공허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구먹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심한 포만감으로 위가 거북하고, 음식을 먹고나면 지나치게 먹었다는 죄책감과 우울함을 느낀다.

특히 다이어트에 많이 실패한 비만인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며, 이들은 폭식을 한 후에 구토를 하지는 않는 것이 특징이다. 폭식증이 정상체중인 사람에게 다수 보이고, 폭식 후 구토를 동반하는 것과 다르다.   

임 교수는 "마구먹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체중이 많이 나갈 때는 남들 앞에서 적게 먹지만, 일단 배가 고프기 시작하면 폭식을 통제 할 수 없다"며 "한가지 다이어트 방법에서 다른 방법으로 계속 옮겨가며 다이어트를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마구먹기 장애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구 먹기 장애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식사'다. 장기간 위가 비어 있으면, 음식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 폭식 가능성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폭식 충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폭식 충동이 생기면, 채소 등 칼로리가 낮고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도록 한다.

또 식사 일기를 써 자신의 폭식 증상을 관찰, 기록한다. 식사일기는 자신의 그릇된 식습관을 깨닫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폭식을 방지할 수 있다. 자신이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폭식하는지를 숙지할 수 있도록 식사일기는 되도록 자세히 쓴다. 또한 폭식행동을 대체할 수 있는 활동을 개발하고, 폭식위험이 강한 시간대에 규칙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대개 폭식 충동은 10분 이내로 소멸하기 마련이다. 충동이 느껴질 때 종이를 준비해 자신이 충동에 굴복할 때에 얻는 이득과 손실을 글로 적어 보는 것도 좋다. 이를 통해 폭식이 좋은 해결 방법이 아님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도 폭식 충동이 지속된다면 10분을 더 맞춰 대체 활동을 결정한다.

마구먹기 장애 등 비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대처도 중요하다. 가족들은 비만에 관해 지나치게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조절이나 통제는 환자에게 맡기고 가족은 환자의 고민을 이해하도록 한다. 또 적절한 책임감, 규칙 부여는 환자의 자신감과 힘을 기르도록 도와주므로 환자 나이에 맞도록 적절한 권리와 책임을 주도록 한다.

임 교수는 "무엇보다 아이를 감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만, 위해한 행동을 할 경우, 예외적으로 치료자의 지도하에 감시하도록 한다"며 "폭식하는 아이를 생각해 가족 전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다른 가족의 불만을 사고, 환자의 문제를 더 부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와 관계없이 외식 등의 가족행사를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억지로 아동을 데려가거나 음식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의 체중이나 외모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이 "날씬해보인다", "건강해보인다" 등의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몸이 관찰, 평가된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