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에 사용되는 약재 <사진:최원우 기자>

성장속도 빠를수록 안심하지 마라

초등학교 2학년 여아를 둔 주부 김씨(38)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부터 아이가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해 자세히 살펴보니 멍울이 만져지고 젖가슴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또래 보다 몸집이 크고 몸무게 역시 많이 나가긴 했지만 성장기에는 잘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음식에 대한 제재는 하지 않은 편이었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했던 초경도 시작했다.  

박씨(43) 역시 중학생인 아들의 성조숙증이 의심돼 전문가를 찾았다가 이미 성장판이 닫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상황이다. 키가 약 160cm로 또래보다 작았지만 체격은 통통해서 나중에 살이 모두 키로 갈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키가 작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힘들어해 결국 전문가를 찾은 결과 성조숙증으로 인해 성장판이 닫혀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성조숙증은 이제 여아나 남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찾아와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의 마음까지 힘들게 한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는 어린이들이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성별을 따졌을 때는 남아보다 여아가 훨씬 많지만, 요즘은 남아들의 성조숙증 비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매년 성조숙증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성적 자극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 등의 원인이 있다. 이로 인해 소아비만에 걸리거나 당뇨, 갑상선 질환 등을 겪게 되면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사춘기가 일찍 찾아오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가 자신의 키 보다 더 크길 바라기 때문에 잘 먹이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된다. 뚱뚱해도 살이 나중에 성장하면서 모두 키로 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또래보다 키와 체중이 큰 것을 좋은 현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의 발육이 또래보다 빠르고 뛰어나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성인이 됐을 때 큰 키와 체격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호르몬의 분비로 인한 신체 변화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원래 찾아오는 일반적인 사춘기 시기보다 2년 정도 앞당겨서 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여아가 8살 이전에 멍울이 잡히기 시작해 유방이 커지기 시작하고, 남아가 9살 이전에 고환이 커지면 성호르몬이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분비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여아의 경우는 멍울이 잡히면 통증이 심하고 젖가슴이 나오는 게 표시가 나기 때문에 부모들이 조금만 신경 써도 금방 눈치를 챌 수가 있지만 남아의 경우에는 신체변화가 여아처럼 뚜렷하게 티가 나지 않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소아비만, 내 아이 키 성장 멈추는 지름길

소아비만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각종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 동시에 성조숙증을 앞당기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키에 비해서 체중이 많이 나가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성장호르몬이 지방분해를 하는 일에 쓰이고, 성호르몬 분비 시기가 앞당겨져 2차 성징이 빠르게 나타난다. 더욱이 야외활동량이 적은 겨울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지고 방학으로 인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져 평소보다 살이 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내 아이가 소아비만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도 없다. 아이들은 성인과는 다르게 꾸준히 성장을 해야 하므로 올바른 성장을 위한 치료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비만어서 엄격한 음식제한을 두기 어렵다면 지금 상태에서 살이 더 찌지 않게만 관리를 해도 키는 조금씩 성장하기 때문에 비만도가 조금씩 떨어지게 된다. 음식제한 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운동을 통해 체지방량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것이 자연스럽게 비만을 치료하고 성조숙증을 예방하는 길이다.

특히 아이들은 햄버거나 피자, 콜라, 밀가루 음식 등 인스턴트식품에 상당히 노출이 돼 있다 보니 이 같은 식품을 멀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세끼는 골고루 먹되 저녁은는 아침이나 점심보다는 조금 적게 먹어 과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아침이나 저녁 한 끼라도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먹는 것도 아이들의 식습관을 교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먹는 것은 당연하나 그 중에서 성장에 꼭 필요한 단백질 섭취는 필수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살코기나 콩, 두부, 우유 등이 있다. 

성장판을 자극하는 운동은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가 운동에 흥미가 없다면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요즘은 사교육 열풍으로 인해 유치원 때부터 영어조기 교육을 시키고 초등학생 때도 각종 학원에 다니느라 아이들이 받는 학업 스트레스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성장과 신체적인 성장이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부모의 칭찬과 격려가 중요하다. 아이들은 꾸준한 칭찬과 격려, 관심 등을 통해서 자신이 사랑을 받는다고 느끼면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아이라도 꾸준히 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생활습관 개선은 필수, 호르몬 치료 병행해야

성조숙증에 걸린 아이들 모두가 치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인이 됐을 때 키가 평균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이 되거나 발육이 지나치게 빨라 심리적, 정신적 문제가 올 가능성이 높은 경우 주로 치료를 시행한다.

호르몬 치료를 할 경우 성장속도는 치료 전보다 감소하지만 골 성숙이 천천히 되도록 유도해 결국 성장판이 늦게 닫혀 최종 키는 치료 전보다 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꼭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운동과 최소 8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8시간 이상을 잔다고 해도 새벽에 잠드는 것은 효과가 없으므로 밤 10시 이전에 잠드는 것이 좋다. 특히 시중에 나와 있는 키를 크게 한다는 각종 약품들과 보조식품들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이용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성호르몬 자극하지 않는 약재들로 성조숙증 치료한다

한의학에서도 성조숙증은 영양과잉으로 인해 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발생한다고 본다. 성호르몬이라는 것은 양의 기운을 뜻하는데, 양의 기운을 줄이는 치료를 시행한다. 아이 체질과 증상에 맞는 한약을 섭취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율무와 인진 등은 성호르몬을 자극하지 않는 약재로써 성조숙증 치료에 이용되기도 하며, 녹용이나 홍화 같은 약재들은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식습관 개선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

양의 기운이 들어있는 고지방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야채와 과일을 섭취함으로써 균형적인 식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등에서 성과 관련한 내용물을 접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성적 자극을 받으면 성호르몬이 더욱 많이 분비되고 아이의 2차 성징의 진행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적 에너지를 운동을 통해서 배출해 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