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추운 겨울이 지나고, 21일 봄기운이 완연한 춘분(春分)을 맞았다. 봄에는 갑자기 상승한 온도 때문에 세균, 바이러스 활동이 늘어난다. 반면, 일교차가 커지면서 신체의 면역력은 약해져 각종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봄철에 유의해야 할 5가지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1. 감기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큰 일교차 때문에 추운 겨울만큼이나 감기환자가 늘어난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무조건 약부터 찾는 것은 옳지 않다. 감기약은 질병에 동반되는 콧물, 기침, 열 등 증상을 줄이는 '완화제'일 뿐 감기를 일으키는 200여가지 바이러스를 없애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을 복용하기 보다 수분과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현명하다. 커피나 녹차 등 카페인이 많은 음료는 이뇨작용을 증가시키므로 자제한다. 비타민C는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형태로 먹는 것이 약으로 섭취하는 것보다 더 흡수율도 좋고, 부작용도 적다.
감기에 걸리면, 손을 자주 씻고, 눈이나 코, 입을 손으로 비비지 않도록 한다.
기침을 할 때는 손으로 입을 가리지 말고 머리를 아래로 숙여서 바닥을 향하도록 한다. 또 다른 사람과 수건 등 일상용품을 함께 쓰지 않는다.
2. 식중독
기온이 상승하는 봄에는 단 시간 내에 음식이 부패할 수 있어 식중독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개학 시기인 3월은 집단 식중독이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지난 14~15일에는 대구의 한 여고에서 식중독환자가 53명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 급식, 회, 튀김 등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 식중독예방관리과 관계자는 “식재료와 조리된 음식물은 5℃이하 냉장 또는 60℃이상 온장 보관하고, 음식을 만들 때에는 내부까지 충분히 익을 수 있도록 74℃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사 전에는 흐르는 물에 2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하며, 고기류, 채소류에 사용하는 칼, 도마, 용기 등은 구별하고, 사용 후 반드시 세척, 소독해 교차 오염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중독 초기 증상은 설사가 2회 이상 계속 되면서, 구토, 복통, 발열, 오심 등이 나타나는데, 이때에는 인근의 병-의원을 방문해 치료받아야 한다.
식중독 환자나 의심환자는 함부로 지사제를 복용하지 말고, 의사의 처방대로 따라야 한다. 노약자와 영-유아는 구토물에 의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옆으로 눕고, 충분한 물을 섭취해 탈수 증상을 예방해야 한다. 또 식중독 환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때에는 지역 내 보건소에 신고 한다.
3. 결막염
봄철에는 황사의 영향으로 안과질환의 일종인 결막염 환자가 늘어난다. 식약청 소화계약품과 관계자는 “황사는 각종 유해 중금속과 다량의 오염물질이 함유돼 자극성 결막염과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황사가 눈에 들어가 이물감이 느껴지면 눈을 부비거나 소금물로 씻어서는 안 되고, 눈물과 유사한 성분인 포비돈, 카보머, 카르복시메칠셀룰로오스 등 윤활제-전해질로 구성된 인공눈물을 사용해 즉시 씻어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걸리면, 초기에는 눈이 가렵고 붉어지며 눈에서 끈끈한 분비물이 나온다. 이때에는 가까운 약국에서 약사와 상담 후 주로 항히스타민제, 충혈제거제, 설파제 등이 함유돼 있는 안약을 선택해 사용한다.
안약을 사용할 때는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안약 용기의 끝부분이 눈꺼풀과 속눈썹에 닿지 않게 사용한다. 개봉 후 한 달이 지난 안약은 사용하지 말고, 일회용 안약은 개봉 즉시 써야 한다.
두 종류 이상의 안약을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3~5분의 간격을 두고 사용한다. 콘택트렌즈는 빼낸 후 안약을 넣어야 하며, 안약을 넣은 후엔 최소 30분 후에 렌즈를 다시 착용하도록 한다.
결막과 각막 손상이 심해 2차 염증이 발생했거나 세균에 감염된 경우, 항균점안제 등의 약물 투여가 필요하므로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4. 장염
봄철에는 '감염성 장염'이 많이 발생한다. 장염 초기에는 발열과 설사가 주로 나타나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하지만, 1~2일 정도 지나면 구토와 설사가 반복되고, 복통이 심해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된다.
이때에는 전해질이 포함된 스포츠 음료를 조금씩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3일 이후에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장이 약한 노인이나 소아의 경우, 증상이 계속 돼 탈수증이 생기기도 하므로 병원에 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탈수 방지를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물을 먹되, 전해질도 섭취한다. 스포츠 음료나 약국에서 파는 전해질 용액을 구입해 마신다.
병원 치료 8시간 후에는 유동식을 먹고, 상태를 본 후 다음날에는 고형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하루 이상 미음이나 스포츠 음료만 먹게 되면 오히려 영양이 부족해져 회복을 더디게 한다.
찬 음식, 기름기가 많은 음식, 우유, 치즈 등 유제품과 과일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당분간 먹지 말아야 한다.
장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독이 중요하다. 물은 끓여 마시고, 채소 등 음식물은 85℃로 5분 이상 익혀 먹는다.
노로 바이러스는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에 환자의 구토물이나 설사가 묻은 의복-식기, 환자가 만진 기구-시설 등에 남을 수 있으므로, 염소 소독제를 분무해 없앤다.
봄철에는 질 분비물이 늘고, 가렵거나 악취가 나는 질염 때문에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이 늘어난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하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발생하기 쉽다.
연세 마리앤여성의원 이정주 원장은 “정상적인 질 분비물은 속옷에 약간 묻어나는 정도다. 하지만, 분비물이 고름처럼 변하거나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가 난다면 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지나친 질세척이나, 항생제-피임약 복용도 원인 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질 분비물을 잘 체크해야 한다. 외음부를 항상 건조하고 청결하게 유지시키며 되도록 면 소재의 속옷을 입는 것이 좋다. 스타킹이나 팬티스타킹 등 꽉 조이는 옷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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