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원우 기자

다양한 원인으로 찾아오는 소아변비

10대 2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는 변비가 여성들에게 잘 걸리는 질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사랑이가 큰 인기를 끌면서 어린아이들이 어떠한 시기에 어떤 발달과정을 겪는지 알게 되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특히 사랑이 덕분에 소아변비에 대해 많은 이들이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방송에서는 사랑이가 변비에 걸리자 아빠 추성훈이 직접 손을 이용해 항문에서 조금 나오기 시작한 변을 끄집어내는 장면이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장면이 나오기 전에 추성훈은 변비에 걸려 고생하는 사랑이에게 관장을 시키기도 하고, 변기에 앉혀 힘을 주라며 다독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랑이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사랑이의 변비는 특정한 질병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배가 아파서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우리나라의 아이들의 25% 정도가 변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된 것을 보면 소아변비는 소아기 시절에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가볍게 여긴다. 변비의 증상은 소아나 성인이나 비슷하다. 배변 횟수가 적고, 변비 굵고 딱딱해 배변을 할 때 통증이 나타나면 변비로 본다. 그러나 성인과 마찬가지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변비도 대부분 장이나 소화기관에 특정 질환이 걸려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 단순한 배변습관 등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기능성변비로 보고 있다. 기능성변비란 말 그대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등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성변비도 초기에 잡아주지 않으면 장의 감각수용기가 무뎌져 직장이 이완돼 배변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이들이 변비에 걸리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의 경우는 몸의 특정 부분이 아프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이 때 잘 먹지도 않고 기력이 없어서 움직이지 않으면 갑작스레 변비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이들은 한 곳에 집중을 하면 다른 곳은 신경을 쓰지 못하는데, 변이 마려운 증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노는 것에 열중하거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화장실 가는 것을 두려워해 참다보면 변비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아이 속옷이나 기저귀에 항상 변이 조금씩 묻어 있는 유분증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어서 처음 겪는 부모들은 당황하게 된다.

변비인 줄 알았는데 장중첩증?

점액성 대변과 잦은 복통 호소한다면 의심해봐야

주의해야 할 것은 만약 아이가 혈성 점액성 대변과 주기적으로 복통을 호소한다면 단순한 변비가 아닌 장중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아이는 몸이 아픈 것은 느낄 수 있지만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증상에 대해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아이가 얼마나 주기적으로 아파하는지, 대변이 점액성 물질과 함께 섞여 나오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장중첩증이란 장의 한 부분의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것인데, 별다른 발병원인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장중첩증은 제때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질병이다.

신생아도 변비에 걸린다, 부모의 세심한 관찰 필요

신생아의 경우도 변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잘 모르는 이들은 ‘신생아가 변비가 걸릴 일이 뭐가 있느냐’라고 반문을 하겠지만 신생아 변비도 큰 관심을 갖고 부모가 대처를 잘 해줘야 한다. 보통 만 2세미만의 아기들을 신생아라고 하는데 신생아들이 변비에 걸리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우유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데 있다. 유동식을 섭취해줘야 할 시기에 유동식을 거부하면 어쩔 수 없이 영양분의 보충을 위해 우유를 먹이는데, 우유는 섬유질이 부족해 변의 생성을 방해한다. 생우유에는 섬유질이 거의 없고, 미세한 위 장관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생후 4~5개월이 되면 이유식 시기가 되는데 이때 섬유질이 많이 들어있는 채소나 과일을 소량씩 증가시켜야 한다. 아기가 성장하면서 장의 크기도 커지는데 그만큼 대변을 만들 거리를 제공해줘야 변이 잘 나오게 된다.
또한 이 시기에 체내 수분이 모자라면 소변 양이 줄어들고 색이 혼탁해진다. 따라서 대변의 수분도 빼앗기기 때문에 변이 딱딱해지면 변을 볼 때마다 고통스럽다. 다만 모유를 먹는 아기들은 구지 별도의 물을 먹일 필요가 없지만 분유를 먹는 아기들은 수분부족이 될 수 있으므로 물 섭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기의 소화 능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돌이 지나면 밥과 반찬을 먹이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돌이 될 때까지도 모유나 우유, 분유 등의 액체로만 영양분을 섭취하려고 하는 것은 변비를 앞당기는 일이다. 우유 섭취는 되도록 500ml를 넘지 않도록 해주고, 고체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의학적으로 봤을 때도 변비는 생활습관과 배변습관 등을 키우면 자연히 예방과 치료가 되는 질병으로 본다. 특히 소아기 시절 변비는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서 변비약 등에 의존하기 보다는 평소 생활습관을 다잡는 것이 필요하다.

대소변 가리는 시기에 다그치지 마세요

만 2세 전후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한다. 이보다 더 일찍 대소변을 가리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오히려 배변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또한 만 2세가 됐더라도 아이가 힘들어하면 좀 쉬었다가 아이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는 것을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약 무리해서 일찍 시작하거나 대소변 가리는 교육을 하는 기간에 아이가 실수를 해 호되게 꾸짖으면 배뇨장애나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아이가 변기에 앉은 후 15분 이상 지나도 변을 보지 못한다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는 것이 좋다. 때로는 항문에 생긴 상처 때문에 변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워 참는 경우 변비가 생기기도 하므로 아이의 항문을 확인해 봐야 한다.

대소변을 잘 가리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착용한다고 해서 이것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라고 교육을 시키면 아이는 주눅이 들어 자신감이 없어진다. 대소변을 완벽하게 가리기 전까지는 아이에게 엄격한 잣대를 대기보다는 격려와 칭찬이 필요하다. 이지현 교수는 “변비 치료 후에도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수년 이상 장기간 변비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며 “변비를 막기 위해서는 대소변 가리기를 너무 일찍 시작하거나 강요하지 말고, 아이가 배변을 못하더라도 화장실에 가는 것 자체를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