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에서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 하지혜(여 32)씨는 화장실을 갈 때마다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와도 화장실에 갈 때면 어김없이 쾌쾌한 냄새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불쾌한 냄새로 인해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회사에서 화장실 한 번 가려면 눈치를 봐야 한다. 친구들이 좋다고 추천해주는 여성청결제를 여러 번 바꿔봤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처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전문가를 찾아 치료받는 것이 부끄러워서 미루다보니 갈수록 냄새가 심해진 것이다. 특히 냄새뿐만 아니라 수시로 찾아오는 간지럼증과 소변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따가운 통증에 괴로운 나날만 늘어갔다. 증상이 심한 날은 걸을 때마다 음부가 간지럽기까지 하다.

이처럼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회음부가 간지럽고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바로 질염의 증상이다. 여성이라면 평생 살면서 한 번 이상은 질염을 경험하게 된다. 증상이 심한 경우도 많지만 이렇다 할 증상인 느껴지지 않아 질염에 걸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무심코 넘어간다. 질염에 걸렸다는 사실은 알더라도 특별한 치료 없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낫는 경우가 있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를 때까지 방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한 경우, 혹은 적절한 치료를 받고 난 후에 증세가 호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얼마지 나지 않아 재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질염의 종류에는 헤르페스, 칸디다, 세균성 등이 있다. 칸디다 질염은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질염 중의 하나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함께 수영장이나 목욕탕을 이용한 후 흔히 발생하기도 하고, 꽉 끼는 속옷이나 겉옷, 수영복 같은 옷을 장시간 착용할 때도 나타난다. 이렇게 통풍이 잘 안 되는 옷을 입을 경우 질 내의 산도 균형이 깨져 질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칸디다 질염은 다른 질염과 마찬가지로 간지럽고 따가운 증상이 있다. 심하면 질 주위가 빨갛게 붓기도 하며 불투명한 하얀색의 질 분비물이 나온다. 특히 생선 비린내 같은 독특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칸디다 질염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헤르페스는 크게 입주위에 나는 것과 음부 주위에 발생하는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약해질 때 다시 나타난다. 때문에 다른 종류의 질염보다 헤르페스 질염은 한 번 생기고 난 후에는 자주 재발해 철저한 관리를 기울여야 한다. 헤르페스 질염의 특징은 음부나 그 주변에 포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수포가 생기면 따갑고 간지러운 것은 물론이고 감기와 같은 전신이 욱신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세균성 질염은 말 그대로 외부 세균에 의해 감염된다. 잦은 성교나 과도한 여성청결제 사용 등으로 질 내부가 자극을 받을 때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칸디다 질염처럼 생선 비린내 냄새까진 아니더라도 평소와는 다른 냄새가 발생할 수 있으며 질 분비물의 색이 진해지는 경향이 있다. 세균성 질염 역시 한 번 걸리면 질 내의 산도를 조절해주는 좋은 유산균이 다시 생기기 어렵기 때문에 자주 재발한다.

레깅스-스타킹-스키니진 등 꽉 끼는 옷 장시간 착용 피해야

지난해 레깅스 패션으로 시구를 선보여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이 방송을 통해 자신의 드레스룸을 공개한 적이 있다. 몸짱 스타답게 그녀의 드레스룸은 각선미를 살려주는 레깅스가 100여벌이 넘었고 이외에도 타이트한 옷들로 가득 차 있었다. 텔레비전 등 언론 매체를 통해 자주 노출되는 연예인들의 패션은 유행을 일으켜 많은 이들이 따라하는 결과를 만든다. 이렇게 몸매를 드러내는 옷들은 계절을 타지 않고 사계절 내내 여성들에게 사랑받는 패션아이템으로 자리매김 했다.  레깅스나 스타킹, 군살을 감추기 위한 거들 등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에는 통풍이 잘 되지 않아 부인과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특히 요즘같이 연일 영하 10도를 맴도는 강추위가 지속될 때면 보온도 되면서 옷맵시를 살리는 레깅스와 스타킹의 인기가 더 높아진다. 얇고 착용감이 좋기 때문에 몸에 착 달라붙어 군살을 숨겨주고 여러 겹 껴입어도 부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장시간 착용할 경우 외음부의 습도를 깨뜨려 질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흔히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에 여름에 질염의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처럼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속옷이나 옷을 입으면 겨울에도 질염 발병률은 높아진다.

꽉 끼는 스키니진 역시 질염 등 여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히는데, 질염이 자주 재발하고 만성이 되면 방광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이동현 교수는 “꽉 끼는 청바지를 오래 입는 여성의 경우 통풍이 되지 않아 질염을 유발할 수 있고 질염은 방광염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질염은 각종 생식지 질환과도 큰 연관을 갖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되도록 속옷은 통기성이 좋은 면제품을 이용해 습한 환경을 조절해줘야 한다.

한 번 겪으면 자주 재발! 예방이 최우선!

여성들의 감기라고 불리는 질염은 한 번 걸린 후 자주 재발하는 습성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좋다. 조금만 관리를 잘못해도 쉽게 발병하는 특성이 있지만 올바른 생활습관만 유지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질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땀을 흘리거나 비를 맞았다면 바로 청결을 유지해주고, 젖은 수영복이나 운동복 등의 장시간 착용을 피한다. 대중목욕탕도 너무 자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무엇보다 평소 외음부를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샤워나 목욕을 할 때 비누나 바디용품 등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닦는 건 금물이다. 비누는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외음부에 직접 닿으면 질내 산도 균형을 해치고, 좋은 유산균까지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여성세정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성세정제도 성분에 따라 기능이 천차만별이므로 질염의 원인인 곰팡이 균이나 박테리아 등을 제거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여성세정제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이미 질염에 걸렸다면 치료 목적으로 하루에 한 번 이상 사용해도 무방하다. 또한 치료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항생제가 처방된다. 만약 성관계 통해 감염되는 트리코모나스, 클라미디아 질염의 경우는 상대방도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함께 치료를 해야 한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는 감염이 됐더라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트리모토나스 질염의 경우는 조산이나 미숙아를 낳을 가능성도 있어서 꼭 전문가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감염성 질염에 걸린 것을 모른 채 방치할 경우 심각하면 불임이나 자궁외 임신, 골반염 등 여성 질환에 취약해 진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도 질염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원인이다. 특히 요즘은 커피 중독이라고 할 만큼 커피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지나친 카페인 복용 역시 질염의 원인이 된다. 카페인에 중독되면 자궁이나 난소, 질, 등 생식기능이 영향을 끼쳐 질염 발생 확률을 높인. 경희행복나무한의원 정선형 원장은 “면역력 저하와 스트레스, 카페인 중독등의 원인으로 인해 하복부가 차거나 습해지면 질 내 세균이나 곰팡이가 살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된다”며 “이럴 경우 생식기 쪽을 보하기 위해 하복부 아래쪽에 뜸이나 침 치료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 최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