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10년 만에 찾아왔다는 한파에 외출만 했다하면 손발은 물론이고 온몸이 꽁꽁 얼기 일쑤다. 안 그래도 찬 바람만 불면 온몸이 쑤시고 아픈 중년 주부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추운 날씨에 장보기를 시작으로 음식장만까지, 고된 명절준비를 하고 나면 허리가 뻐근하고 묵직해지거나 심하면 허리디스크까지 걸릴 수 있다.

설을 맞아 주부들의 허리 건강을 지키는 '명절 행동수칙'을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이우경 원장(사진)을 통해 들어봤다.

1. 장보러 갈 때는 장갑, 목도리 필수

명절 준비는 장보기로 시작된다. 장보기에 나설 때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낀 채 몸을 잔뜩 웅크리고 걷게 되면 허리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몸을 움츠리게 된다. 이는 열을 외부로 빼앗기지 않기 위한 근육과 혈관의 반사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이런 자세를 취하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중심을 잃어 넘어지기 쉽다. 이럴 때 잘못 넘어지면 요추 염좌나 허리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줄어 척추와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근육도 더욱 수축하기 쉽다. 그래서 미끄러지기만 해도 척추에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장갑을 끼면 보온 효과는 물론이고 양팔을 앞뒤로 흔들면서 걸을 수 있어 보행에 안정감이 생겨 넘어질 확률도 낮아진다. 또한 척추의 균형을 잡아주어 척추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목과 어깨를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터틀넥 스웨터나 목도리를 착용하는 것도 좋다. 

2. 장바구니 대신 배낭 또는 수레 이용

장을 다 보고 장바구니를 들 때도 허리 부상에 주의해야 한다. 중년 여성의 경우 척추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드는 것만으로도 허리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추운 날씨까지 더해지면,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음식 재료를 사야하는 명절에는 장바구니 보다는 무게를 양쪽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배낭이나 바퀴가 달린 손수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며 장을 보게 되면 수시로 짐을 들었다 놨다 하며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때 찬 기운에 굳어 있던 허리 근육에 갑작스럽게 무리가 와 급성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거운 장바구니를 한 손에 들면 장바구니를 든 쪽 어깨가 올라가게 된다. 이때 반대쪽 허리근육은 지렛대처럼 장바구니의 무게를 지탱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근육에 피로가 쌓이고 허리 인대 손상, 요추 염좌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양쪽 어깨의 높이가 달라지고, 척추가 휘면서 고개가 기울게 되는 외관상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3.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음식장만을 하고, 1시간에 1번씩은 일어나라

주부들이 허리 디스크를 조심해야 하는 상황은 장보기가 끝이 아니다.

차례상에 올릴 전을 부치고 떡국에 넣을 만두를 빚는 일은 한나절 이상 걸리곤 한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허리를 굽히고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허리는 몸무게의 2~3배와 동일한 하중을 받는다. 디스크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디스크가 뒤로 밀리면서 신경을 압박해, 허리와 다리에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중-장년층은 허리의 지방층이 두꺼워지는 반면 근육과 인대는 약해지는 경향이 있어 작은 충격에도 허리부상의 위험이 높다.

요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5분 동안 허리를 옆으로 흔들어 주거나 뒤로 젖히는 등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이는 허리에 가는 충격을 줄여준다. 무엇보다 허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깐 바닥에 앉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마늘 빻기, 밤까기 등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음식을 준비할 때에는 식탁에서 하는 것이 좋다. 허리 굽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바닥에 앉아야 한다면 등받이가 있는 좌식의자를 활용하거나 벽 쪽으로 붙어서 일하는 것이 좋다. 

4. 명절 디스크 예방 위해 충분한 휴식은 필수!

음식 장만을 마친 후에는 무조건 푹 쉬어야 한다. 허리가 뻐근하다고 스트레칭이나 요가 등의 운동을 억지로 하게 되면 오히려 허리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뜻한 물로 탕욕을 하거나 찜질을 하며 경직된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 주는 것이 좋다. 통증부위가 붓고 열이 날 때는 냉찜질이 효과적이고 허리가 뻐근하고 묵직하다면 온찜질이 좋다. 온열효과가 있는 쑥을 이용한 온욕도 도움이 된다.

혹시 척추에 심각한 무리가 온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거나 평소 요통이 없더라도 음식장만을 하면서 무리를 한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인대가 늘어 나거나 디스크를 싸고 있는 섬유테가 찢어지며 허리디스크로 연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는 척추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가 묵직하거나 뻐근한 통증이 계속되면 X선이나 MRI 등의 방사선 검사와 골밀도 검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갑자기 진행된 요통의 경우에는 '동작침법'이 효과적이다.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침을 맞는 동작침법은 경혈의 자극을 극대화해 심한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약침, 봉침요법으로 허리 주변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을 억제하는 것도 좋다.

5. 음식장만 후 생긴 요통에 효과적인 찜질법

차가운 날씨에 무리하게 일을 해 발생한 요통에는 두충 찜질과 파 찜질이 효과적이다. 두충은 근육경련을 방지하고 요통을 해소하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파뿌리는 성질이 따뜻하고 발산 효과가 있어 허리의 찬 기운을 빠르게 제거해 준다.

두충찜질 - 두충을 물에 넣어 부들부들해질 때까지 달인 다음 따뜻한 물에 적셔 짠 헝겊에 싸서 아픈 부위에 대고 찜질한다.

파찜질 - 파 뿌리 흰 부분 3개 분량을 짓찧은 후 물 5대접을 부어 1시간 정도 푹 삶는다. 수건을 파 삶은 물에 적셔 파 뿌리와 함께 싼 다음 통증부위에 대고 찜질한다. 파스를 붙인 것과 비슷하게 후끈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씩 3~4회 연속해 찜질을 하면 통증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