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인 최미경씨(가명)는 최근 계속 피곤하고, 목이 부어올라 병원을 찾았다. 그녀의 병명은 갑상선 기능항진증. 최씨는 1년 전 자궁적출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사가 갑상선 호르몬제를 처방해 주었지만, 유방암이 발병할까봐 복용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따라 미역환을 섭취했다. 하지만, 최씨의 이런한 행동은 오히려 갑상선 기능항진증의 원인이 됐다. 최씨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미역환의 복용을 중지한 후 증상이 호전됐다.
최씨와 같이 최근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2년부터 2009년까지 건강보험 ‘갑상선 기능항진및 저하증 환자’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갑상선 기능항진증’ 진료환자는 2002년 17만 3천명에서 2009년 23만 3천명으로 최근 7년간 1.4배, ‘갑상선 기능저하증’ 진료환자는 2002년 12만 8천명에서 2009년 28만 9천명으로 2.3배 증가했다.
갑상선 질환은 조기에 진단하면 치료예후가 좋은 질환이므로, 그 예방과 치료가 중요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최경묵 내분비내과 교수를 통해 갑상선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한국인의 갑상선질환 발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갑상선 질환에는 무엇이 있는가.
갑상선은 목울대 뒤 쪽에 위치해 좌우로 펼친 나비처럼 생긴 기관(무게 약 15~20g)이다. 갑상선은 하루에 눈물 한 방울보다 적은 125㎍의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게 되면 질병으로 발전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너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을 갑상선 기능항진증,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없거나 적게 만들어지는 것을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라 한다.
-최근 환자가 느는 이유는.
갑상선 기능항진증과 저하증은 의학적으로 ‘자가면역질환’에 해당되므로, 갑자기 환자가 증가하는 질병이 아니다. 과거 대학병원에서만 실시됐던 갑상선 질환 피검사를 동네의원, 보건소, 기타 병의원 등에서도 실시하게 되고, 종합검진에도 갑상선 호르몬 검사가 포함되면서 갑상선질환 환자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갑상선 질환의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갑상선은 태아의 성장 및 발육에 필수적이고 어른이 된 후에는 산소소모 및 열생산을 조절하여 몸의 기초대사를 유지시킨다. 또 심장의 수축 및 박동수와 적혈구의 생성을 증가시키고, 각종 호르몬 및 약물의 전반적인 대사를 도우며, 골대사를 자극해 골 형성과 골 흡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갑상선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돼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 밖에 갑상선 기능항진증의 증상으로는 '눈이 튀어 나온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땀이 많이 난다', '몸이 덥다', '쉽게 흥분한다', '체중이 감소한다', '식욕이 증가한다', '숨이차다', '여드름이 심해진다', '설사가 생긴다' 등이 있다.
반면,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들은 '손발이 차다', '몸이 붓는다', '체중이 증가한다', '기억력이 감퇴한다', '말이 어눌해진다', '변비가 생긴다', '생리가 많아진다', '모발이 빠진다', '숨이 차다'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표 참조>
-갑상선기능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에는 무엇이 있나.
갑상선 기능항진증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그레이브스 병'을 꼽을 수 있는데,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갑상선을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몸에서 생산돼, 갑상선 호르몬이 과잉 생산되는 것이다. 갑상선 기능항진증 환자 열명 중 7~8명은 이 '그레이브스병'이 발전한 것이다. 이외에도 갑상선 결절이나 갑상선염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대부분은 만성 갑상선염(하시모토병)에 의해 자가 면역성 염증이 반복돼 나타난다. 또한 선천적으로 갑상선의 결손이나 기능이상이 있는 경우, 갑상선 수술,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 후에도 발병하기 쉽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갑상선항진증과 저하증은 주로 여성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갑상선 기능항진증 환자는 남성이 6만명, 여성이 17만 4천명,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는 남성이 4만명, 여성이 24만 8천명으로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3~6배 이상 높았다. 그 원인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아직 없지만, 갑상선 질환이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라는 점을 감안할 수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근골격계가 약하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 면역계가 남성보다 활성화 돼 있는데, 활성화된 면역계는 이상이 생기기 쉽다. 실제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자가면역질환이 5~10배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 진단 방법은.
무엇보다 갑상선의 크기가 커져 있는 사람은 누구나 갑상선 기능검사를 해야 한다. 검사방법에는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촉지, 초음파 스캔, 목에 진공상태의 주사기를 사용해 세포를 채취해 검사하는 미세침 흡인 검사, 핵의학 혈액검사, 감마카메라 갑상선 스캔 등이 있다.
-갑상선 기능 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는.
신생아의 경우,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신생아의 성장발육과 지능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후 3~5일경에 갑상선 기능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소아당뇨와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지닌 환자나 갑상선 질환을 가지고 있는 가족들, 혹은 목에 방사선을 쬔 병력이 있는 이들은 갑상선 기능이상일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20배나 높다. 그러므로 갑상선 기능검사를 필히 받아야 한다. 60세 이상의 노인이나 정신과 질환을 지닌 환자들도 갑상선 기능 이상을 미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현명하다.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갑상선 기능항진증 치료에는 1~2년간 항갑상선제 약물 복용, 수술, 동위원소 치료 등이 있다. 하지만, 연령, 임신상태, 동반질환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방법이 선택되어야 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갑상선 호르몬약을 매일 복용해야한다. 또한 요오드가 많이 함유된 식품을 포함한 식단을 짜는 것이 좋다.
-주의해야 할 식품은.
무엇보다 균형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다만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항진증 수술 후 동위원소 치료를 받을 때는 미역, 김, 다시마 등 요오드가 많은 해조류를 과다하게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한, 간혹 미역환 등을 건강식품으로 정기적으로 섭취하곤 하는데 이는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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