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어머니들이 첫 아이를 낳을 때 힘이 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이었던 데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하늘이 노랗게 변하면 나온다’ 거나 ‘별이 번쩍거린다’고 말하면서 출산의 고통을 설명해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임신과 출산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서울 강북구 보건소가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출산교실에서 고현진 맘밀크산모도우미센터 원장은 “호흡법이나 힘주기 연습 등 준비만 잘 한다면 출산의 과정을 조금 더 수월하게 이끌 수 있다”며 출산의 과정과 산모가 준비해야할 것에 대해 설명했다.
아무래도 임신부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진통’과 ‘분만’이다. 일반적으로 초산인 경우 13~16시간 진통을 하게 된다. 둘째나 셋째 출산의 경우에는 5시간 정도로 짧아진다. 하지만 첫 출산 후 한참 기간이 지난 다음에 출산을 하는 경우 초산과 비슷해진다.
이 진통을 줄여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호흡법과 이완법이다. 일반적인 경우 출산 후 산모의 상태를 보면 호흡을 얼마나 적절히 했는지가 드러난다. 고통 때문에 호흡을 하기 보다는 소리를 질렀던 산모들은 대개 탈진하기 마련이고 회복 속도도 늦다.
반면, 호흡법을 통해 적절히 호흡을 했던 산모들은 신체 손상이나 피로도가 훨씬 적고 회복도 빠르다. 적절한 호흡은 임부와 태아에게 적절한 산소를 공급하게 되고 그 만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출산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고 근육의 피로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근육을 적절히 이완시킬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출산이 시작되면 임산부의 배는 딱딱해지고 중력 방향으로 수축을 한다. 이 때 진통으로 인해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태아는 변화하는 자신의 공간에서 더욱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완법은 바로 조금이나마 신체의 근육을 이완시켜 태아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나비운동은 가부좌의 자세로 편하게 앉아 숨을 들이쉬며 손바닥이 바깥을 향하게 해서 머리 위로 팔을 올리고 숨을 내쉬면서 팔을 내리고 그 상태에서 팔을 상하로 흔드는 운동으로 분만 시 호흡과 이완을 돕는 좋은 훈련이다.
분만과정이 시작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 보통 난막의 일부가 자궁벽에서 떨어질 때 생기는 ‘이슬’이 비치면 진통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분만 과정에 들어간다. 이 시기가 ‘분만 1기’로 자궁수축이 시작돼서 자궁경관이 완전히 전개될 때까지를 말한다.
분만 1기는 다시 ‘잠재기’, ‘활동기’, ‘이행기’로 나뉜다.
잠재기는 자궁이 0~3cm가량 열리고 진통이 5~10분 간격으로 25~30초간 지속된다. 평균적으로 8~9시간 정도 지속된다.
불규칙하게 진통이 오는 시기로 초산인 경우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해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갈 필요는 없다. 자궁이 천천히 열리기 때문에 운동과 마사지를 통해 충분히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병원으로 가면 된다. 그러나 출산 경험이 있는 산부라면 이 시기에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초산보다 진행이 훨씬 빨라 자칫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느린 흉식호흡을 해야 한다. 먼저 온 몸에 힘을 빼고 정신을 집중해서 천천히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는 심호흡을 하면 된다. 심호흡은 저절로 근육을 이완시키는데 호흡이 길수록 고통이 줄어든다.
활동기는 자궁이 4~7cm 정도 열리는 때로 수축이 오기 시작한다. 3~4시간 지속되는데, 진통은 3분 정도의 간격으로 1분간 온다.
이때는 산모가 온몸을 이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진통이 올 때 산모가 힘을 주면서 근육을 긴장시키면 아이가 골반으로 내려오기 힘들고 산모도 탈진해 정작 힘을 줘야 할 때 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숨을 약간 빠르게 들이마시고 입을 벌려 내쉬는 호흡을 해야 한다.
이행기는 자궁이 8~10cm 가량 완전히 열리는 시기로 진통은 1~2분마다 1분 30초간 온다. 쉬는 시간보다 진통을 느끼는 시간이 많아지고 변을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서 분만이 시작된다.
아이가 산도로 밀고 내려오려는 시기로 자연스럽게 끙끙대는 신음이 나오게 된다. 이때는 소리를 지르기 보다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리를 지르면 출산에 필요한 에너지가 목소리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히’다. 자궁수축이 시작되면 심호흡을 하고 입을 약간 벌려 소리내지말고 ‘히’를 하면 공기가 가볍게 들어왔다가 나가게 되는데 “히-히-히-히”하며 ‘히’를 4번 짧게 반복하고 “후~”하고 내쉬는 것이 요령이다.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도 한데 이전까지의 모든 것을 잊어도 ‘히’만은 기억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비로소 아기가 나오는 분만 2기가 시작된다. 만출기라고도 부르는 이 시기에 기억해야 할 것은 입으로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다. 대신 회음방향으로 힘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 심호흡하고 10초가량 온 힘을 회음부에 주면 된다. 이후 아이의 머리가 나오고 의료진이 힘을 빼라고 신호할 때 힘을 빼면 이후에 아이가 저절로 나온다. 이 때 회음부를 절개하는데, 아이가 수월하게 나오도록 도와주고 또 아이가 나오면서 엄마의 방광을 손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아이가 나왔다고 분만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분만 3기는 약 5~10분 뒤 태반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다. 태반 배출과 상태를 확인하고 절개시킨 회음부를 다시 봉합해야 비로소 출산이 끝난다.
그렇다면 남편은 뭘 해야할까? 대부분의 남편들이 아내를 병원까지 데리고 가는 것까지는 잘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병원에서부터다. 진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내 옆에 우두커니 서있지 않으려면 함께 출산교실 등을 다니며 아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익혀두어야 한다.
분만의 과정에서 남편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선 아내가 긴장하지 않도록 차분히 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호흡법을 유도하고 배를 마사지하거나 운동 등을 해 주어야한다.
고현진 원장은 “각각의 과정에서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아무래도 진통으로 아내가 지나쳐버리기 쉬운 호흡법이나 자세를 상기시켜주고 때로는 함께 호흡을 하며 아내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