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한 달 전 집 근처 종합병원에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았던 이 모씨(40세, 남)는 검진결과 비만과 심혈관계 질환 주의가 의심되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맡았던 내과 전문의는 큰 이상은 없지만 꾸준히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며 걷기운동과 음식조절을 권유했다. 과연 걷는 것만으로 건강관리가 되는 것인지 반신반의했지만 요즘 이씨는 바쁜 업무 중에도 퇴근길에 꼬박꼬박 30분 이상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병원을 통한 질병의 치유가 최선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하고 음식을 조절하는 등 사전에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활동을 실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하게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매년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건강검진사업 역시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이씨의 사례처럼 무작정 걷기만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건강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 저녁때면 온천천 등 집 주변 워킹코스를 걷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의무감에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비용을 들여가며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간의 건강 부익부빈익빈이 발생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어 단순히 걷기 운동만으로 건강관리가 될 것이라 확신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에 부산광역시는 손쉽게 건강도 관리하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2011년부터 동서대학교와 함께 ‘1530 건강걷기’사업으로 진행해왔다. ‘건강도시 부산’을 만들어 시민들의 건강은 물론 사회적 비용 절감까지 기대하는 이 사업은 일주일에 5일이상 하루 30분 이상 걷는 운동을 보급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되었지만 그동안 생각만큼 큰 성과를 거두거나 홍보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올해 4월 ‘힐링워킹도시 부산’이라는 주제로 320여명의 부산시민대표단을 선정하여 90일간 1530 건강걷기 를 실천하면서 실제로 각자의 건강이 얼마나 변화하였는지를 조사하는 사업이 진행되었고 지난 20일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는 성과보고회 자리가 있었다.

이날 동서대학교 레포츠과학부 운동처방학과 임백빈 교수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발대식 이후 6월 29일까지 90일간 총 320명의 시민 중 힐링워킹을 완료한 인원이 298명으로 총 인원의 93%정도이다. 이들 중 1일 1만보 이상이라는 힐링워킹 목표를 달성한 인원이 254명으로 85.4%였고 이들 목표달성 인원들의 건강상태 변화를 살펴보면 걷기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상태가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체질량지수(BMI)였다. 체질량지수는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지방의 양을 추정하여 비만의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힐링워킹을 시작하기 전 참가자들의 체질량지수는 정상군 102명, 위험군 62명, 비만군 90명이었다. 90일 이후 다시 조사한 결과 정상군은 112명으로 12명 증가하였고 위험군과 비만군은 각각 71명으로 눈에 띄게 비만의 정도가 개선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체중 역시 힐링워킹 시작 전 전체 평균이 59.81kg이였으나 힐링워킹 이후 평균은 58.61kg으로 1.2kg감소한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체중변화는 물론 1.55%의 체지방률 감소효과까지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아울러 다른 건강지표들도 많은 변화를 보였다.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7.4mmHg 감소하고 이완기 혈압도 4.5mmHg 감소하였으며 공복기 혈당은 5.8mg/dl, 중성지방은 25.3mg/dl 각각 감소하는 등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힐링워킹 이전보다 개선되었다는 조사결과를 얻었다.

이번 조사와 사업을 전반적으로 이끌었던 동서대학교 임백빈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는 그동안 막연히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만으로 한계가 있었던 걷기운동이 실제 개인의 건강을 개선하고 관리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며 “부산시민의 건강 개선과 질병 예방을 위해 올바른 걷기문화를 보급하는데 이번 연구결과가 좋은 바탕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아울러 향후 부산시와의 지속적인 협력으로 시민의 건강증진에 이바지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각오를 밝혔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결과보고를 통해 걷기운동이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꾸준히 걷는 것만큼 잘못된 걷기 운동은 오히려 건강을 헤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제대로 걷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걷기는 태어나서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배우게 되는 본능적인 신체활동이고 일생동안 특별히 교정을 하거나 변화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처럼 걷기 습관은 평생 유지되기 때문에 잘못된 걷기 자세는 되도록 빨리 고치는 것이 좋다. 걷기는 우리 몸의 뼈, 관절, 근육, 인대, 신경 등 모든 기관을 사용하기 때문에 잘못된 걷기 자세는 오히려 무릎, 골반, 허리, 척추 등에 무리를 주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걷기 운동을 하기 전 올바른 자세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올바른 걷기 자세를 살펴보면 보폭은 자신의 키에서 100cm정도를 뺀 길이가 적당하다. 걸을 때는 머리보다 상체가 먼저 나가야 하며 턱은 당기고 가슴을 펴서 걷도록 한다. 귀와 어깨가 일직선이 되도록 서서 시선은 10∼15m 전방을 주시하고 팔은 자연스럽게 흔든다. 양쪽 발은 8자 걸음이 아닌 11자롤 걷도록 하고 바닥에 발이 닿을 때는 발뒤꿈치부터 닿아서 발바닥 바깥쪽에서 발가락 순서로 걷는 것이 좋다.

호흡은 되도록 복식호흡을 유지하면서 걸으면 칼로리 소모를 높여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걷기운동을 할 때는 자신의 발에 잘 맞고 바닥의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신발을 선택하도록 한다.

온 종합병원 재활의학과 이성용 과장은 “바른 걷기 자세는 혈액순환 개선과 비만관리 등 건강관리는 물론 질병의 예방적 차원에서도 좋다”며 “꾸준히 걷기 운동을 시행하면 뇌졸중과 심장병 발병률이 줄어들고 폐활량이 좋아져 폐질환이나 당뇨병 등을 예방,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며, 뼈의 밀도를 높여 골다공증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불면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소화불량, 생리통 등에도 효과가 있는 등 올바른 걷기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무리하게 운동을 하거나 외부활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가까운 병원에서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전문의의 조언을 따라 운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