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발암물질인 공업용 실리콘겔을 사용해 전 세계적으로 리콜(recall) 사태를 일으킨 프랑스 PIP(폴리 임플란트 프로테스)사의 유방보형물이 국내에서 불법 시술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유진성형외과 강태조 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18일, 유방보형물이 파열돼 재수술한 40대 여성 환자 A씨의 가슴에서 문제의 PIP사 유방보형물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해 12월, 해당 보형물에 대한 시판 허가를 내리지 않아 우리나라 국민의 피해는 없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1년 전 천안에서 시술 받아

지난 2001년 충남 천안의 한 성형외과에서 콤플렉스를 극복하려 유방확대수술을 받았던 A씨는 작년부터 오른쪽 가슴이 딱딱해지는 구형구축과 통증을 느꼈다. 대학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유방보형물 파열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염증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료진의 이야기에 A씨는 통증이 완화되면서 일상으로 돌아갔다.

몇 개월 뒤 전보다 더 심한 통증과 더불어 오른쪽 팔에 마비가 오고, 혀가 굳고 붓는 증상이 수반되면서 A씨는 지난 달 또 다른 대학병원을 찾았고, 결국 보형물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시술 당시 성형외과에서) 터져도 인체에 무해한 다당류 보형물로 설명을 들었다”며 “염증이 생리통으로 인해 가슴과 같이 아플 수도 있다고 여겼고, 통증도 잠시 누그러져 유방보형물이 아니라 다른 원인일 것으로 생각해 신경을 안 쓰고 묵혀둔 것”이라고 돌이켰다.

보형물 거부감에 뷸리테크닉 선택

보형물 수술로 인한 통증이 생각보다 심했고, 모양도 부자연스러워 고민하던 A씨는 자신의 군살을 이용하면서도 지방 생착률이 높은 뷸리테크닉을 이용한 자가지방술로 재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유진성형외과를 찾았다.

유진성형외과 강태조 원장은 “염증으로 인해 진득한 고름을 빼내려 두 차례에 걸쳐 제거수술을 했다”며 “제거 뒤 PIP사 보형물인 것을 확인하고 놀랐다”고 설명했다. 다당류 보형물로만 알고 있던 A씨의 충격은 더욱 컸다. PIP사 제품은 발암물질인 공업용 실리콘겔과 연료용첨가제가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실제 프랑스에서만 이 유방보형물로 20명의 암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지금까지 나타난 증상들이 문제의 보형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만약 처음 수술했던 성형외과로 갔다면 전혀 말을 안 해줘서 몰랐을 텐데 보형물이 아닌 다른 시술방법을 찾다가 여기(유진성형외과) 오게 돼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보따리상 불법 유통 첫 확인

국내에 유입되지 않았다는 식약청의 발표와 달리 불법 사용 실태가 처음 확인됨에 따라 향후 PIP사 보형물로 인한 부작용 사례도 잇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A씨를 시술했던 천안의 성형외과 의사는 유통업자로부터 PIP사 유방보형물을 공급받았다고 밝혀 이른바 보따리상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강태조 원장은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직접 물건을 사다 조금씩 들여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가격이 좀 낮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추정했다.

전 세계 65개국에 수출된 프랑스 PIP사 유방보형물은 파열과 발암 위험 등 치명적 부작용으로 유럽과 남미에서는 수술 받은 여성들이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PIP사 창업주는 살인 및 과실치상 혐의로 체포됐고, 회사는 불법 제조사실이 알려진 지난 2010년에 파산했다.

현재 프랑스와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고에서 PIP 보형물 제거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프랑스 자국에서만 8천명 이상이 제거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