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다. 때문에 흡연과 자살은 전혀 별개의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몸이 일으키는 착각이다. 오히려 흡연은 자살을 부른다.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과 조근호 교수는 26일 국립중앙의료원이 개최한 ‘자살과 흡연 심포지엄’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을 좋게 하는 것은 흡연이 아니라 금연”이라고 강조했다.

조근호 교수에 따르면 흡연은 감정, 충동성, 공격성 등 자살과 관련된 심리상태를 악화시킨다. 또 흡연자보다 금연을 오래한 사람은 우울증이 감소한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자살률이 높으며 흡연량이 증가하면 자살률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장년층의 자살에서 우울증은 가장 흔하게 동반되는데 흡연은 우울증과 상당히 연관된다. 조 교수는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 혹은 흡연 경험자들에게서 우울증이 자주 발생한다”며 “흡연을 하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자살 사고는 더 높으며 자살 행동도 더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청·장년 시기는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로 스트레스를 빨리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적인 과도한 스트레스는 다양한 심리적, 신체적 악영향을 가져다주는데 이는 곧 자살률의 증가로 나타난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음주와 흡연’은 좋지 않다.

조 교수는 “흡연은 스트레스를 해결해 주는데 도움이 된다는 착각을 흡연자에게 심어주지만, 사실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단 증상이 호전되는 것뿐이며 오히려 금연이 스트레스에 견디는 능력을 길러준다”며 흡연에 대한 세간의 오해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김대진 교수 역시 흡연이 자살과 많은 연관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김대진 교수는 노인자살과 흡연에 대한 발표를 통해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 흡연이 노년기 자살과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는 많다”고 말했다.

2009년 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의 자살생각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흡연과 음주, 운동 등의 요인은 노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변수가 되어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을 할수록 자살 생각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노년기 흡연인구가 16%에 달한다”며 “이와 연관된 노인의 금연정책은 이와 같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 자살을 예방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정신과학교실 하지연 교수는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유명인의 자살이나 흡연 장면은 대중에게 모방이라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영화매체, 뉴스와 같은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유명인은 대중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12~15세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영화배우를 선택하게 하고 그들이 주연한 영화에서 흡연 장면이 나오는 영화의 수를 측정해 흡연에 대한 감수성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배우가 담배를 피우는 경우 흡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청소년이 늘었다.

하 교수는 “미디어의 상세한 보도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보건의료전문가와 보건정책 담당자는 미디어를 활용해 유명인의 영향력을 흡연과 자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로 OECD 평균 자살률보다 3배나 많고 한국인 사망 원인 4위"라며 "이러한 자살은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에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흡연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은 이미 의료계에서는 확인된 사실”이라며 “특히 감정과 충동성, 공격성에 나약한 청장년층이 흡연으로 인하여 자살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