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에서 흡수된 영양소를 저장하거나 필요한 물질을 합성하고 몸에 들어온 각종 독소들을 분해해 배출한다. 또 해독 작용을 하거나 호르몬을 분해하거나 공급하고 담즙을 생성해 소화를 돕기도 한다. 그리고 주요한 면역기관이기도 하고 살균작용을 한다. 바로 ‘간’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다.
간은 우리 몸의 모든 기능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5백가지도 넘는 일을 하고 1천 가지 이상의 효소를 생산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화학반응에 관여한다. 때문에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간은 일부분이 사라진다고 해도 금방 재생을 해 내지만 손상이 와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간암의 경우 5년 관찰 생존율은 3.6%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간은 건강할까? 이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소화기내과 남승우 선임과장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식습관, 스트레스, 과로, 흡연, 음주 등 간을 쉬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도시인이라면, 불행히도, 이 모든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무리한 음주, 당신의 간을 망친다
한국인은 평소에 술을 얼마나 먹을까? 통계청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20세 이상 성인들 가운데 42.9%가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16%는 거의 매일 마신다고 답했다.
10월 20일은 '간의 날'. 국립중앙의료원 소화기내과 권혁춘 과장은 '간의 날'을 맞아 지난 19일 열린 ‘지역주민을 위한 간질환 공개강좌’에서 음주와 관련해 바람직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일단 간에 문제가 생겼다면 술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권 과장은 만성 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B형 간염에 이어 알코올 섭취를 꼽으며 “지나친 음주는 흔히들 간경화라고 말하는, 간경변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 간경변증 환자의 발병 원인 가운데 10~15%는 과다한 음주”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과도한 알코올은 간세포에 지방을 축적시키고 알코올의 대사산물이 간세포를 손상시킨다. 때문에 술을 자주 마시게 되면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할 시간이 없고 체내의 영양 부족 상태를 초래해 지방간, 알코올 간염, 간경변증과 같은 간 질환으로 이어진다.
보통 매일 소주 1병 정도를 10~15년 이상 마시는 경우 간이 딱딱하게 굳고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는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여성이나 다른 간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는 소량의 알코올로도 간경변증이 생길 위험이 대단히 높다. 일단 간경변증이 진행되면 술을 끊더라도 간조직이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답은 간단하다. 권 과장은 “술을 끊으면 된다”며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 초기 상태인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간을 위한 음주 습관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권 과장은 부득이하게 술을 마셔야 할 경우 몇 가지의 원칙을 지켜달라고 충고했다.
먼저 소주는 한 번에 반 병 이하를 마시는 것이 좋다. 또 일주일에 1~2번 정도 마시되 한번 술을 마신 후 적어도 3~5일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한다. 이미 간염이나 간경변이 있는 경우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빈 속에 술을 마시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담배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술의 2배 가량의 물을 마시는 것도 간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면 술을 마신 다음날 숙취로 인한 두통을 없애기 위해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다.
권 과장은 “타이레놀은 안전성이 이미 검증됐고 또 굉장히 안전한 약”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숙취 해소를 위해 복용할 경우 약의 성분이 알코올을 해독 하고있는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며 복용에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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