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나트륨 과잉섭취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량 2천mg의 2.3배에 해당하는 4천553mg의 나트륨이 매일 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인욱 기자>

A회사에 다니는 K씨(28세, 여)는 14일 점심으로 밥 한공기, 시금치 된장국, 배추김치, 고등어조림 한 토막, 무생채를 먹었다. 반찬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은 그녀는 식사 이후에 자꾸만 갈증이 났다.

갈증은 소금, 그 중에 나트륨의 섭취가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 K씨가 점심 때 섭취한 나트륨의 양을 계산해 보자. 된장국에 1040mg, 배추김치 320mg, 고등어조림 680mg, 무생채 200mg. 총 2천240mg.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1일 권장량 2천mg보다 240mg이 더 많다. 일일 권장량 이상을 한끼 식사로 모두 섭취해버린 것이다. 아침, 저녁 식사까지 포함하면 K씨의 나트륨 섭취량은 권장량의 2배가 넘게 된다. 

K씨 처럼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나트륨을 과잉섭취하고 있다. 2008년 보건복지부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하루 평균 4천553mg의 나트륨(소금으로 11.3g)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WHO 권장량의 2.3배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나트륨 섭취 과잉국으로 알려진 일본(4천480mg), 미국(3천436mg), 영국(3천380mg), 핀란드(3천800mg)보다 많다. 이들 나라는 국민 건강을 위해 모두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인의 나트륨 과잉 섭취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은 4천542mg(1998년)→4천903mg(2001년)→5천279mg(2005년)→4천388mg(2007년)→4천553mg(2008년)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국인들이 일상으로 먹는 김치, 짱아치, 찌개 등 반찬에는 나트륨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최원우 기자>

아무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라고 해도 정도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면, 몸에 해로울 것은 당연한 일이다. WHO가 권장량을 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트륨, 즉 소금의 과잉 섭취는 고혈압, 암, 심뇌혈관 질환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암), 2위(뇌혈관질환), 3위(심장질환), 10위(고혈압성 질환)를 차지하는 질병들이 모두 나트륨 과다 섭취와 연관돼 있는 것이다.

세계 32개국 52개 지역의 20~59세 남녀 1만 79명을 대상으로 한 Intersalt 연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소금 섭취량이 하루 평균 1~4g(나트륨으로 환산하면 400~1천600mg)으로 아주 적었던 4개 지역 주민들이 그 밖의 48개 지역 주민들(소금 섭취량 9g=나트륨 3천600mg)에 비해 고혈압 유병율이 낮고 혈압도 좋았다. 우리나라는 서양보다 비만율이 높지 않은데도 오히려 뇌졸중 비율이 높은 것도 나트륨 과잉 섭취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소금(나트륨)과 고혈압간의 관계. <자료 제공: 국민고혈압사업단>

위암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이다. 소금에 절인 식품을 많이 먹는 나라에서는 위암의 발병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소금이 위점막의 상피세포를 과다하게 분화시키시고, 위 점막을 파괴하여 위염을 유발해 후에 위암으로도 발전하게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위 손숙미 의원 등의 조사(1992년)에 따르면 위암환자의 가족들은 대조군에 비해 고추장, 김치류, 국류, 육류 반찬의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한국인 만큼 짜게 먹는 일본에서 나온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트륨을 과다 섭취할 경우 칼슘 배설을 증가시켜 골다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 과다 섭취가 질병을 유발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과소 섭취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나트륨은 인체활동을 위해서 미량만 섭취해도 괜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나트륨의 최소필요량은 200~400mg 정도이다. 소금을 0.4~0.6g(나트륨 160~240mg)만 섭취했을 경우에도 저나트륨혈증을 일으켰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나트륨은 전 세계적으로 권장량의 32~78배정도 과잉 섭취되고 있는 영양소인 셈이다.

또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흡연인구를 줄이는 것보다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자를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나왔다. Asaria 등이 23개의 저-중소득 후진국에서 80%를 차지하는 만성병에 대해 소금 섭취 감소와 흡연 조절에 대한 효과와 비용을 추정한 결과 10년간 (2006년~2015년)  평균 인구의 소금 섭취량을 15% 줄이면 8백50만명의 심혈관 질병 관련 사망을 방지할 수 있으며, 흡연량을 20% 감소시키면 3백 1십만명의 심혈관 질병 관련 사망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