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 라이프' 10일째. 낯설고 새로운 세상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실험에 참가해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당황했고, 그렇게 심한 금단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스트레스를 폭식과 폭음으로 해소해 왔다. 물론 그런 행태가 결코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은미씨는 "술, 과자, 빵을 끊었다가도 다시 손을 대기 시작하면 손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놓는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쪘고, 조금 자유로워지면 살이 빠지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설탕을 끊으면서 생활도 변하기 시작했다. 결과야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든 긍정적인 방향일 것이다.

원래 채식을 하는 까닭에 음식을 가려먹는 것에는 그렇게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식단에서 설탕을 추가로 제거하자 철저한 자연식을 해야 했다. 이제 단 음식을 간절히 찾지는 않는다. 그녀는 서서히 적응해 가고 있었다.

문득 그동안 수없이 시도했던 다어어트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녀는 한때 고도 비만이었다. 지금의 모습은 20kg 가까이 뺀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 다이어트는 잔인하리만치 가혹했다. 철저히 자신의 몸을 부정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그녀는 20kg을 감량한 후 극심한 우울증을 겪어야 했다. 설탕을 끊는 것은 자연스레 다이어트와 연결되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전의 것이 ‘자신의 몸에 대한 부정’이었다면 지금은 스스로에게 건강한 생명을 불어넣으며 몸을 소중히 여기게 했다.

어쩌면 이것은 현대사회와의 커다란 싸움이다. 문제가 어디 설탕에만 있겠는가? 각종 화학첨가물, 육식, 유전자조작 등이 생산성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되고 있다. 그녀의 식탁에도 ‘정치’가 시작된 듯하다. ‘작지만 강한 변화'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Day 14, 설탕 대신 소금? 그것은 아니지

새벽에 속이 너무 울렁거리는데다가 모기에 물려 몸이 너무 가려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금단 증상이다. 그럴 때 과일을 먹으며 달랬는데 수박을 한 조각 먹어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새벽 5시 반에 아침을 먹어야 했다. 새벽에 깨서 다시 잠 들지 못할 때 밥을 먹고 나면 숙면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점심시간, 함께 실험을 하기로 한 사람들을 만나 칼국수를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렇게 저렇게 떠들고 서로 느낌을 공유하는데 비슷한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집에 와서 어머니가 해 주신 강된장을 호박잎에 싸서 먹다가 문득 ‘너무 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 종류로 두 끼를 먹었고 된장을 먹었다. 실험전 검진 결과에서도 나왔지만 그녀의 나트륨 섭취는 지나치게 많았다. 가려 먹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이제 그녀는 단맛이 낯설다. 금단 증상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적응이 되어간다. 열흘째가 경계선으로, 이후부터는 모든 것이 익숙해졌다. 설탕 없는 밥상도, 파도타기처럼 계속되는 금단현상도.

* 고은미씨의 블로그 ‘세상날기 자유롭게, 평화롭게’(http://blog.naver.com/ecojustices)에서 그녀가 직접 이야기하는 ‘설탕 끊기’ 체험을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