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거의 잠으로 보내고 월요일 새벽,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 잠에서 깼다. 새삼스럽게 놀라운 것은 ‘설탕을 많이 먹지 않은 것 같은데 계속해서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독’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녀는 '여행 중독자'다. 인생의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면 떠나버리고 싶어 한다. 설탕을 끊고 난 이후 몸에 나타난 증상들은 그녀를 괴롭혔다. 채식 김치를 담그기 위해 요가원 겸 채식요리연구원을 찾았을 때도 그녀는 한없이 늘어지는 그런 불편한 감정을 느껴야 했다.

어지럽혀진 채 정리되지 않은 요가원. 저쪽 작은 방에서 낮잠을 자는 어떤 사람의 발, 창에 빨래하려고 널어놓은 하얀 손수건, 그리고 요가 강습을 위한 도구들, 김치 강좌 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직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강의실... 마치, 쓰레기와 노숙인이 가득한, 정시가 되어도 기차가 출발하지 않는, 인도의 거리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또 그녀는 알콜에 많이 기댄다. 대학입학 후, 꿈꿔 왔던 것과는 다른 대학생활이 너무 실망스러워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정도가 과했다. 술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친분을 쌓아 왔다고 여겼지만, 그녀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몸이 약하게 된 원인도 술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설탕에도 중독되어 있었다. 은미씨는 “도대체 인생의 어떤 부분으로부터 자꾸 도망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난 도망 갈 수 있었을까?”생각해 본다.

실험 일주일째, 아직은 '낯설다'

또 다시 새벽에 잠을 깨야 했다. 찬밥에 오이소박이와 김을 먹었다. 새벽에 찬밥을 먹는 딸이 측은했던지, 어머니가 감자를 갈고 메밀가루를 넣어서 감자전을 해 주신다.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

출근을 하고 사무실 사람들과 냉면집에 갔다. 당연히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먹을 것은 없었다. 때문에 커피나 마시고 점심은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으로 사무실에서 떼우기로 했다. 냉면을 꼭 먹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굉장히 까다로운 식습관을 가진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기분이다.

이제는 슬슬 적응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정말 먹을 것이 없어 보였지만, 찾아보니 먹을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유기농 매장에 가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찾기가 더욱 쉽다. 예전에 그녀가 유기농 매장을 운영할 때 아기들 간식으로 많이 팔았던 '맛없는' 과자가  갑자기 너무 맛있어졌다.

역시 금단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메스꺼움과 가벼운 두통, 키보드를 누르는 것조차 버거운 무기력증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런 금단현상으로 고생할 때마다 그녀는 혼자 중얼거려본다.

“설탕! 이 사기꾼!”

* 고은미씨의 블로그 ‘세상날기 자유롭게, 평화롭게’(http://blog.naver.com/ecojustices)에서 그녀가 직접 이야기하는 ‘설탕 끊기’ 체험을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