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도 아닌데, 분명치 않은 이유로 불면증을 겪고 있는 은미씨. 잠을 못 자서 라면과 머핀을 먹는 것인지, 라면과 머핀을 먹어서 잠을 못 자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그러는 사이 ‘살은 계속 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험 시작 이틀 전.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진다고 했던가? 그녀의 설탕 의존증이 더 심해졌다. 은미씨는 지하철 신도림역에 있는 커피숍에서 파는 머핀을 계속 사먹는다. 초콜릿 칩이 듬뿍 들어간 달디 단 머핀이다.

점점 불안도 엄습해온다. ‘난 너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 슈가프리가 이런 건 줄 알았다면...’ 설탕과 헤어지기도 전에 그리움이 물씬 풍기는 애절한 말을 하는 은미씨의 책상에는 초콜릿이 놓여있다.

‘주꾸미 덮밥, 김치전, 어묵볶음, 김치, 매실차, 떡볶이, 김말이, 오징어튀김, 호떡, 쟁반국수, 계란말이, 케첩, 머스터드, 맥주 1병, 참치 캔, 밥, 김치, 통밀 케이크 4개, 초콜릿 3개’ 설탕을 못 먹는다는 불안감은 그녀가 먹은 음식으로도 절절히 표현된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먹고 있다.

실험 돌입 하루 전. 실험에 앞서 검진을 위해 인하대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 체지방검사, 소변검사, 식후 혈당검사 등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모르고 당하면 충격이 더 크다. 몸무게에 극히 민감해 몇 년 동안 체중계에 오르지 않았다는 그녀가 검사 결과에 쇼크를 받았다.

밝힐 수 없는 그녀의 몸무게 측정치는, ‘그 정도는 아닐 거야’라는 자신의 예상을 가뿐히 깨버렸다.

그것은 정말 극적이게도, 그녀의 인생에 ‘더 비만하지 못해서, 더 많이 먹지 못해서 아쉬운 일’이 됐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더 비만하지 못하게 먹은 그녀의 식단을 검사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그녀가 식단검사 결과에서 반전 따위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안쓰러워라. 그녀는 한 달은 단 것을 못 먹는다는 생각에 집에 들어가기 직전 저녁에 마트에서 설탕이 듬뿍 들어간 음식들을 샀다. 불쌍하게도,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던 탓인지 집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졸려서 다 먹지도 못하고 잠이 들어버렸다.

끈질기게도, 잠결에 하나씩 봉지를 뜯어 먹었는데도 과자는 남았다. 놀라워라, 잠자다 ‘슈가프리를 체험하기 전에 좋아하는 참치 캔을 먹어야한다’는 생각에 새벽 4시에 참치랑 밥을 먹었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과자를 못다 먹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동생에게 남은 전부를 넘겼다.

* 고은미씨의 블로그 ‘세상날기 자유롭게, 평화롭게’(http://blog.naver.com/ecojustices)에서 그녀가 직접 이야기하는 ‘설탕 끊기’ 체험을 확인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