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천연물신약 처방 못 하나?...레일라정 급여 취소 소송 후폭풍
2016년 07월 27일 14시 35분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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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처데일리]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가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석)를 상대로 제기한 레일라정 급여 취소 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대한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한의협은 지난 2013년 2월 "천연물신약이자 골관절염치료제인 레일라정은 활맥모과주를 기초로 만들었기 때문에 한의사들도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복지부를 상대로 급여 취소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제조된 생약제제임을 전제로 허가를 받은 레일라정은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에 해당하며, 약제 요양급여 고시로 인해 한의사들이 레일라정의 처방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했고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도 비슷한 이유로 한의협의 항소를 각하했다.


이후 한의협 측이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하면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 한의협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경우 이와 관련된 다른 소송과 함께 사회적인 이슈화를 시키기 위해 했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현재 천연물신약 관련 고시 삭제가 진행 중이고 소기의 목적을 이루어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굳이 이번 소송을 3심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상고 포기에 대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한의계 내부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는 한의협의 설명에도 한의계 관계자는 “한의협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가 지난 5월 4일 '레일라정'  요양급여 결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한 소취하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 주장대로라면 그때 왜 소취하서를 제출했는지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의협은 소취하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지만 복지부가 응하지 않고 곧바로 소취하부동의서를 제출해 결국 6월 16일 판결에서 쓴 잔을 마셨다.


더욱이 이번 소송의 패소가 확정되자 일선 한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소송을 통해 한의사가 생약제제나 천연물신약 처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서울시한의사회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 취지를 보면 생약제제나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없는 한의사는 이해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배제된다라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천연물신약 처방 여부를 확정한 판결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은 한의사는 생약제제나 천연물신약을 처방 할 수 없다고 확정한 것이라고 해석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 한의사는 “천연물신약과 관련한 소송에서 한의계가 얻은 게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생약제제 조차도 못쓰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지금 쯔무라제약 제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계속 사용해도 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면서, “한의협은 한의사가 생약제제를 사용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지침이라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 한의협 측은 "이번 소송은 급여취소를 해달라고 했던 부분이지 한의사들이 쓰게 해달라고 했던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한의사가 쓸 수 있다 없다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이 소송을 졌다고 해서 한의사가 생약제제나 천연물신약을 처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일부의 왜곡된 해석"이라며 "천연물신약 문제는 감사원 결과 보고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소송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한의계는 생약제제 문제와 한약이 제약회사나 양의사의 손에 의해 한의사의 손을 떠나가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협은 천연물신약 고시무효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항소심 판결문의 요지 역시 ‘한방원리가 아닌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생약으로 제조된 의약품은 한약제제가 아니어서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에 해당한다’라고 명시해 이번 레일라정 판결 요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 한의사가 천연물신약이나 생약제제를 사용하는데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의사의 천연물신약 및 생약제제 처방을 배제하고 있는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신고에 관한 규정’의 고시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어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