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키 성장 도움 물질 HT042, 기능성원료 신청 시 보고서·논문 짜집기”
2015년 09월 14일 11시 04분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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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처데일리] 요즘 성장기 어린이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 키 성장이 대화의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내 자식이 훤칠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최초로 출시된 키성장 건강기능식품은 고가임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국정감사를 통해 “HT042 기능성 원료 인정자료와 임상시험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기능성 원료에 함유된 ‘한속단’이 그와 이름이 유사한 ‘천속단’과 엄연히 다른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두 식물이 유사한 것처럼 근거자료를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업체가 식약처에 제출한 ‘HT042 임상시험 보고서’에 따르면 원재료인 속단을 소개하면서 “속단의 기원식물은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데 중국에서는 산토끼꽃과의 천속단의 뿌리를, 한국에서는 꿀풀과의 뿌리를, 일본에서는 국화과의 Cirsium 속 식물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라고 명기되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세 가지 식물이 모두 속단으로 불린다는 것이다.


보고서의 이 부분은 한 박사학위 논문을 인용한 것인데 문제는 이 논문의 해당 부분이 잘못된 인용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박사학위 논문은 ‘속단(Phlomis Umbrosa) 뿌리의 Iridoid 성분에 관한 연구’라는 또 다른 논문을 인용한다. 이 논문의 문맥을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식물 분류학상 과와 속이 다른 중국산의 천속단과 한국산의 한속단이 모두 ‘속단’이라 하여 유통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두 식물이 다르다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박사학위 논문은 두 식물이 다르다는 내용은 뺀 채 앞부분만 인용했고, 이 박사학위 논문을 다시 ‘HT042 임상시험 보고서’가 인용함으로써 마치 천속단과 한속단이 같은 것처럼 기원식물 설명에 대한 심각한 오류를 발생시킨 것이다. 기능성 원료 신청서도 마찬가지로 한속단의 학명을 기재하고, 서술 내용은 천속단의 효능을 기술하는 등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천속단은 산토끼과 식물로 속단의 정품이며 국내 유통품도 대부분 천속단인데 뿌리를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속단은 꿀풀과 식물이며 잎과 뿌리가 식용 및 약용 가능하다. 2013년 대한약학회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천속단 시료에서 분석이 가능한 지표물질이 한속단 시료에는 포함되지 않아 두 식물이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효능 역시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속단의 경우 골밀도 증가, 골다공증 보호 효과, 뼈형성 증대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해 한속단은 통증완화효과 및 항염증, 알러지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이 있다.


결국 항염증이나 알러지 질환 개선에 효능을 가지고 있는 ‘한속단’을 마치 ‘천속단(골밀도 증가, 골다공증 보호, 뼈형성 증대 효능)’과 같은 식물인 것처럼 논문을 인용하여 ‘한속단’이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그 효능을 둔갑시킨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심각한 오류가 담긴 보고서가 어떻게 식약처의 기능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식약처가 제출한 ‘HT042 기능성 원료 인정 관련 건강기능식품 심의위원회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심사위원 10명 모두 수정·보완 요구 없이 기준 규격,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만장일치로 기능성 원료 허가를 내줬다. 업체가 제출한 심사 자료를 얼마나 전문적으로 검토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당시 심의에 참여한 10인 위원을 살펴본 결과, 한의학 전문가는 한의대 교수 1명뿐이었고 식품영양학, 수의과학 전문가 등으로 채워져 혼동하기 쉬운 약재나 전문자료에 대한 조언이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동익 의원은 “백수오 사태와 마찬가지로 어린이 키 성장 기능성 원료 심사과정에서도 혼동하기 쉬운 약재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이 증명됐다. 기본적인 문헌 자료 검토과정에서조차 이렇게 심각한 오류를 확인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국민이 건강기능식품을 믿고 사 먹을 수 있겠느냐”며 “기존 심사한 HT042 심사 자료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사춘기 청소년이 넉 달 동안 3.3cm가 컸다고 해서 제품이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고 지적하며 “이것을 근거로 제품을 인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김승희 식약처장은 “한속단에 대해서만 인증을 한 것이 아니라 북합 추출물에 대해 한 것이고 이는 독성실험 보고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