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허가기준 및 규제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우리나라는 규제를 완화해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은 천연물신약이 해외에서는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달 29일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사업에 막대한 정부 예산과 건강보험 재정이 지출됐으나 세계적으로 신약 허가기준이 강화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식약처의 고시 개정으로 인해 제출자료 요건 및 심사기준이 완화돼 현재 세계적으로 허가를 받은 천연물신약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는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 등의 고시를 제정해 의약품 품목허가 시 필요한 제출 자료의 요건과 심사 기준을 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의약품으로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원 또는 발견 및 개발 경위에 관한 자료와 제조방법 등 품질에 관한 자료는 물론 독성에 관한 자료,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 및 임상시험성적에 관한 자료 등을 제출하여 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신약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과는 화학구조 또는 본질조성이 전혀 다른 새로운 의약품이므로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입증이 엄격하여 위 제출자료 요건과 심사기준이 까다로운 반면 신약이 아닌 의약품으로서 안전성·유효성 심사가 필요한 자료제출의약품의 경우는 사용례가 있거나 이미 허가된 약품의 성분 등을 이용하여 개발되므로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제출자료 요건 및 심사기준이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천연물신약의 경우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제2조에 “천연물성분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의약품으로서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이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위 고시에는 천연물신약을 이용하여 연구·개발한 의약품 중 조성성분·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으로서 신약과 함께 자료제출의약품도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식약처는 종전 위 고시에 천연물신약을 자료제출의약품과 다른 범주로 지정하여 제출자료 요건 및 심사기준을 신약 수준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8월 14일 돌연 위 고시를 개정, 천연물신약을 별도로 구분하지 아니하고 신약과 자료제출의약품 어느 쪽으로도 허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자료제출 의약품에 해당하는 천연물신약의 경우 제출자료 요건 및 심사기준이 신약보다 완화(비임상 독성 및 약리작용 시험, 제1상 임상시험 면제 등)되어 쉽게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그 결과 자료제출의약품도 천연물신약의 지위를 인정받아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서업의 지원대상이 되는 등 천연물에서 유효성분의 분리와 독성 및 약리작용 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고자 했던 당초 천연물신약 개발의도와는 다르게 위 고시가 운용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2008년 고시 개정 전 9년 동안 단 3개의 천연물신약이 개발된 반면 고시 개정 이후인 2011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5개의 천연물신약이 자료제출의약품 경로로 집중적으로 개발됐다. 또한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8개 천연물신약 중 7개 약품이 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음으로써 제약업체로 하여금 신약보다 개발이 쉬운 자료제출의약품 개발에 치중하게 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문제는 식약처의 이러한 고시 개정이 최근 점차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허가기준 및 규제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제약업체는 자료제출의약품이 천연물신약 정책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연구개발비 지원을 받으면서도 2015년 4월 현재 세계적으로 허가를 받은 천연물신약은 없는 상태다. 또한 세계적 추세와 다르게 천연물신약에 대해 생식독성, 유전독성, 발암성 등 안전성 독성시험이 면제되고 성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소홀히 이뤄지다보니 천연물신약에서 발암물질이 지속적으로 검출되는데도 이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식약처는 글로벌 신약 개발 취지에 맞도록 천연물시약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을 신약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