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왓처 10대 뉴스] ⑨ 한약(생약)제제 비임상 가이드라인 개정, 양의계 위한 노림수?
2014년 12월 30일 13시 31분 입력

[왓처데일리] 한의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갈등은 연말까지도 계속됐다.


식약처가 지난 2011년 제정된 ‘천연물의약품 비임상자료 가이드라인’을 ‘한약(생약)제제 비임상시험 가이드라인’으로 개정하면서 한약을 생약으로 둔갑을 시도하는 등 한의계를 속이고 있다는 의심을 산 것이다.


식약처는 지난 11월 27일, 한약(생약)제제 개발과정에서의 임상시험 및 품목허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권장되는 비임상시험의 요건과 비임상시험을 실시함에 있어 고려할 사항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현재까지의 경험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한약(생약)제제 비임상 평가에 대한 최근 입장에 대해 안내하고자 지난 2011년도에 제정된 ‘천연물의약품 비임상자료 가이드라인’을 ‘한약(생약)제제 비임상시험 가이드라인’으로 변경하고 그 내용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의계 일각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이 식약처가 한의사와 한약사를 무시하고 주도권을 쥔 채 양의사와 양약사에게 한약에서 유래한 신약을 쓰게 해주겠다는 의도이며, 결과적으로 양의사와 양약사가 한약을 사용하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식약처의 개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새로운 신약은 무조건 생약제제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신약은 그 주요 성분이 한약제제라도 한의사는 사용을 할 수 없고 양의사만 쓸 수 있게 된다.


때문에 한의계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이 향후 출시되는 신약에 대해 한의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향후 행정소송에서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천연물신약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한약을 양의사들과 한의사들이 같이 쓰는 것으로 만들어 한의계와 관계없이 적어도 양의사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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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월, 집단휴진에 들어간 1만 여명의 한의사들이 ‘천연문신약 백지화를 위한 범한의계 궐기대회’에 참석해 천연물신약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최원우 기자 naxor@watcherdaily.com>


한의계가 지적하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식약처가 비임상시험자료의 종류와 범위를 규정하며 한약제제 품목허가 신청 시, 전통적 사용경험이 인정되는 의약품으로 동의보감, 방약합편, 한양집성방 등의 ‘한약서’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한약서에 수재된 처방 근거에 따라 제조된 한약제제의 처방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전통적 사용경험과 문헌에 근거하여 인체에서의 안전성이 인정되며, 품목허가 시 비임상 독성, 약리시험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는 임상에서 이미 오랜 기간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어 온 제제라 하더라도 식약처가 인정하는 옛날 한약서의 범주에 들어있지 않을 경우 무조건 신약으로 가거나 자료제출 의약품으로 가야하며, 동물실험 등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의과대학에서 교과서로 사용하고 있는 책의 경우 최근 수차례의 수정작업을 거치며 전통적 한약서에 비해 부작용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옛날 한약서만을 인정하고 있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한약과 생약에 대한 용어 사용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식약처의 용어 설명에 따르면 ‘한약’은 동물, 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주로 원형대로 건조, 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이며, ‘생약’은 동·식물의 약용으로 하는 부분, 세포내용물, 분비물, 추출물 또는 광물이다.


또한 ‘한약제제’는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이며, ‘생약제제’는 서양 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로서 한의학적 치료목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는 제제를 뜻한다.


문제는 이러한 생약과 생약제제의 경우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가이드라인 자체가 한의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생약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의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의계 관계자는 “이번 ‘한약(생약)제제 비임상 가이드라인’ 개정은 정부가 한의사와 한약사를 무시하고 주도권을 쥔 채 양의사와 양약사에게 한약에서 유래한 신약을 쓰게 해주겠다는 의도 아닌가? 결과적으로 양의사와 양약사가 한약을 사용하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식약처는 명시된 한약서와 차이가 없는 생약제제라면 임상을 면제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지만 식약처가 늘 한의계를 대상으로 견제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는 한의계의 볼멘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의계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식약처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한의계의 목소리에 식약처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