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약침 표준화 사업추진 ‘논란’
2014년 12월 12일 11시 43분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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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방산업진흥원
[왓처데일리] 한국한방산업진흥원(원장 신흥묵)이 이미 한방병원과 한의원 등에서 환자들에게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약침제제에 대해 표준화 작업이란 명목 하에 또다시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계획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2015년 보건복지부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한방약침약제 규격 표준화 사업’에 내년부터 2019년까지 총 30억이 지원될 예정이며 국비가 50% 보조될 예정이다. 특히 봉약침, 황련해독탕약침, 녹용약침, 산양산삼약침, 팔강약침, 홍화약침, 당귀약침 등에 대한 비임상 및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등 표준화 연구가 실시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일선 한의계와 약침 관련 학회에서는 이미 임상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침에 대해 또 다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말도 안되며 약침 표준화 사업이 한의계를 위한 사업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약침학회에 도움 요청했다 퇴짜맞아
대한약침학회(회장 강대인)에 따르면 한국한방산업진흥원은 지난해 이 사업과 관련해 학회를 방문해 약침 표준화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진흥원은 표준화 사업을 위해 봉약침, 자하거약침 및 산양산삼약침 등 다양한 약침에 대한 비임상 및 임상시험 계획을 설명했지만 약침학회는 ▲약침의 특허문제 ▲사용되고 있는 약침에 대한 임상시험문제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시간-비용 문제와 함께 향후 한의사들이 곤란해 질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한방산업진흥원의 계획은 적절하지 않으며 임상가에게 정말 필요한 산지별, 채취 시기별, 파종시기별, 종별에 따른 품질의 균질화 등 약재의 품질관리, 추출방법에 따른 표준화, 제형에 따른 실험(약재, 처방별 붕해도 등 다양한 실험이 필요) 등을 연구해서 한의학발전에 기여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 상당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약침학회 관계자는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약침 표준화 사업이라는 제목만 놓고 보면 굉장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 속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시간과 노력이 드는 연구는 하지 않고 이미 다되어 있는 쉬운 과일만 따먹겠다는 것으로 보여 과연 이 사업이 한의계를 위한 사업인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용-시간 및 윤리적 문제 불구 강행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진흥원이 약침제제 규격화 사업에 대해 명확한 논리도 가지고 있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임상시험에 따른 비용문제와 시간문제는 물론 윤리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약침제제 표준화 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는 점이다.


약침학회 관계자는 “진흥원은 이미 임상에서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 봉약침, 자하거약침 등의 이미 양방제제로 허가난 제제부터 임상시험을 하고 그 수를 해마다 늘려가겠다고 했다. 임상시험까지 하는 것에 대해 한 품목당 최소한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문제와 천문학적인 비용 문제, 사람을 실험동물화 시키는 윤리적인 문제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침학회에 따르면 이같은 지적에 진흥원 관계자는 “진흥원은 사업계획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자기들은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도움만을 종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계, “한의학적 모델인지도 의심스러워”
이와 함께 한의계에서는 약침 표준화 사업이 근본적으로 한의학적 모델인가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약침학회에 따르면 진흥원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경락장약침의 경우 경락체라는 인체 경결점을 촉지하면서 시술하는 것이 특징이고 팔강약침은 오장육부의 장부허실을 배수혈에 적절한 약침약을 시술해 장부허실을 조절하는 것이 주 특징적인 치료법이지만 진흥원측은 이에 대한 임상프로토콜조차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약침학회 관계자는 “진흥원 측이 비임상 및 임상시험을 실시하겠다고 언급한 약침의 경우 이미 임상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처방구성과 분량, 추출량과 시간 등의 추출방법들이 다 공개가 돼 있어 간단한 패턴분석만 하더라도 정확한 물질들이 추출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표준화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의계 전반에서도 “이미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침제제는 임상시험이 필요없는 제제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하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인 임상시험”이라며 “약침제제는 제약회사에서 생산해서 한의사가 안심하고 사용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지 진흥원 살림살이를 위한 사업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진흥원, “임상시험 계획은 오해”
진흥원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오해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국한방산업진흥원 한약제제사업단 이화동 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지난해 약침학회를 방문했던 사람은 우리 측 연구원인데 이미 그만뒀다”고 밝혔다.


특히 “교수, 제약사, 한의협, 학회 등 약침 관련 전문가들과 1차 자문회의를 했지만 관련 예산이 국회통과도 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방향도 잡히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선 임상시험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단장은 “예산 규모가 200~300억원이라면 임상시험 관련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지만 1년에 6억정도인 예산으로 어떻게 임상시험을 하겠나”며 “약침의 제조공정과 품질관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약침제제 표준화 사업의 기본 목적과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약침에 대해 제약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제약화는 불가능 하다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의견들을 내고 있다”며 “약침의 제약화를 위해서는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법령에서는 신약개념에 포함된다. 하지만 약침은 신약 개념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고 방도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도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약침학회 관계자는 “서양의 동종제제(HOMEOPATHIC MEDICINE)의 경우도 등록제와 허가제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지금의 약침제제는 등록제로 하여 제약회사서 생산만 해도 충분히 관리될 수 있음을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에게 이미 몇 차례 건의했다. 심지어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도 그런 지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한방산업을 육성해야할 진흥원에서 무조건 신약에 포함된다는 것은 약침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방증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또한 “약침제제는 이미 조제(제조)공정에 대한 자료를 모두 공개해 놓았고 표준화를 위한 기초연구 또한 상당히 많이 진척되어 있다. 관계 전문가와 상의 하였다는데 누구와 상의했는지 모르지만 우리와 상의한 사실은 없다. 무엇으로 표준화를 삼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