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처데일리] 동반성장연구소(이사장 정운찬, 전 총리)가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대학교 교수회관(65동)에서 제12회 동반성장 정기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주제는 ‘한국사회, 어떻게 살릴 것인가?’이며 발제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했다. 조순 명예교수는 국가 원로답게 국가개조(國家改造)와 나라 만들기(Nation Building),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개혁의 어려움 등 국가 전반에 걸친 분야에서 광범위한 의견을 개진했다 조 명예교수는 서언을 통해 “세월호 사태 이후 여론은 국정의 일대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은 이에 호응하듯 ‘국가개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세 번째 총리후보는 아예 지명도 하지 못했다. 두 달 전에 낸 총리의 사표가 반려됨으로써 총리임명 문제는 끝났다”며 “국정의 표류를 막기 위해서 부득이했다고 하나 국정은 이미 표류하고 있었다. 표류를 막기 위해 새 총리를 뽑자는 것이 아니었는가. 처음부터 국가개조에 일조할 신임총리를 폭넓게 물색했더라면 믿을 수 있고 성실한 사람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쌓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국 이래 역대정부는 소위 ‘나라 만들기’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 결과 나라는 후세에 길이 모범이 될 만한 전통을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나라는 환갑을 지났다. 해방당시의 순박한 감격과 젊은 의기를 이제는 찾을 수 없다. 이제 새삼 누가 무엇을 얼마나 하겠는가”라며 “대통령이 먼저 국정방향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국민으로 하여금 그 비전을 감지하고, 그 비전에 동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시일 내에 큰일을 많이 할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를 넘어선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일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의 정치풍토, 관료체제, 그리고 국민의 능력을 직시하면서, 이데올로기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실사구시(實事求是)로 가야 한다. 국가개조 또는 서정쇄신(庶政刷新)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경제·사회·교육 각 부문에 깔려있는 부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정치가 제몫을 하려면 정당이 제 구실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명예교수는 “한국의 두 정당은 이념을 같이하는 정치단체라기보다는 네 편 내편의 편 가르기에서 형성된 두 개의 정치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의 의견으로는 우리나라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자면 대통령제를 폐지하여 내각제를 채택하고 아울러 양당제 대신 다당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본다”고 내각제와 다당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사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제는 18세기 미국에는 알맞은 제도였다. 오늘에 와서 그 제도는 미국에서 보는 것처럼, 대통령과 야당 간의 양보 없는 대립, 타협 없는 마찰을 불러와서 민주주의의 위기상황을 만들어내고 같은 당 안에서도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치개혁을 하자면 내각제와 다당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경제 분야에 대해 조 명예교수는 “자본주의의 장점은 기업의 혁신(이노베이션)에 있다. 그러나 재벌기업은 이 나라의 특권층으로 발전하여 세습화가 진행되면서 30대 재벌 그룹에는 새 기업의 진입도 거의 없어졌다. 기득권이 굳어짐에 따라 재벌의 혁신 자체도 정체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벌기업이 커지고 투자가 이루어져도 고용은 늘지 못하며,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며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노령화와 함께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 경제가 세계 10위권에 들었다는 환호의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경제를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명예교수는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자면 재벌기업과 중소기업사이에 균형이 잡혀서 고용이 늘고 소득의 양극화가 해소되어야 한다. 아울러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이 같이 발전하여 지역경제와 거시경제의 균형이 잡혀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가 살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균형발전에 있다. 이 길이 아니고는 살 길이 없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사회 분야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조 명예교수는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민주주의는 일단 달성되었다고 치더라도 공화정치를 해 왔다고는 볼 수 없다. 낙하산 인사, 관피아, 모피아, 철피아 등 마피아 무리가 도처에 횡행한다. 나라의 공기(公器)가 특권층의 사물이 됐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최고다. 정치권력은 국민과 동떨어져 있다”고 공화정치의 실현을 주창하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이 국민과 가까워지기 위해 좀 더 노력했으면 한다. ‘국민을 친근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도리’ 라는 말이 ‘대학’의 첫머리에 나온다”고 지도자의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또한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도 필요하지만 인문학이 제대로 발전해야 한다. 인문학이 발전하자면 문사철(文史哲)에 걸친 광범한 식견(識見)이 있어야 한다”며 “문사철의 지식은 높은 수준의 어문능력 (語文能力)을 필요로 한다. 나는 ‘한글 전용을 가지고는 이류국(二流國)도 어렵다’는 글을 쓴바 있다. 한마디로 한글만 쓰는 한국어를 가지고는 인문학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인문학이 약하면 문화가 약하고 문화가 약한 나라는 문명국이 아니다”면서 교육에서의 국수주의의 폐해를 경고했다. 끝으로 조 명예교수는 “개혁을 하지 않으면 맥을 못 쓰다가 곧 늙어 죽는다. 모든 고대문명이 그래서 죽었다. 유독 중국문명이 예외인데 그 문명도 거의 죽을 지경에 두 번의 혁명을 겪은 후에 겨우 기사회생 했다”며 “대한민국도 이제 환갑을 지났다. 후세의 모범이 될 새로운 나라의 전통은 세우지 못하고 있는 판에 구질구질한 구태가 많이 쌓였다. 지금이 Nation Rebuilding의 기회로 보이지만 워낙 개혁의 DNA가 미약한 나라라 또 무사안일에 젖지 않을까 두렵다”고 개혁의 어려움과 당위성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