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들에게는 와인이 여러모로 어렵게 생각된다. 와인이 어렵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특히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어려운 와인 법 때문이고 또 이를 따라서 만든 유럽 여러 나라의 와인 법에 기인한 바가 크다.
독일로 가는 한국의 여행객들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여 대부분 방문하는 관광지가 괴테 하우스가 있는 프랑크푸르트,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유명한 하이델베르크, 그 다음은 로렐라이 일 것이다. 그 로렐라이로 가는 도중 오른쪽에 요하네스베르크 라는 작은 동네를 지나가게 되는데 이야기는 바로 요하네스베르크 동네에서 시작된다.
하여간 요하네스베르크 수도원의 수사는 가을철에 포도가 익었다고 생각하면 표본이 되는 포도송이를 몇 개 따서 전령 편으로 풀다로 보냈고 거기서 포도의 맛을 보는 전문 수사가 맛을 보고 “아직 덜 익었다.”고 하면 전령이 이 말을 요하네스베르크의 수사에게 전달하였으며 이 수사는 며칠을 더 기다렸다가 다시 포도 송이 샘플을 풀다로 보내었으며 풀다의 맛보는 고수 수사가 'OK' 하면 그때서야 포도 수확을 시작하였다.
그해에도 예년과 같이 포도가 잘 익은 것 같아 요하네스베르크의 수사는 포도송이 샘플을 준비하여 전령에게 풀다에 다녀오라고 시켰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면 돌아와야 할 전령이 오지 않았다. 며칠을 더 기다려봤는데도 녀석은 돌아오지 않고 포도원의 포도는 점점 더 익어갔다. 그냥 두었다가는 과숙으로 인한 병, 충해 등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 드디어 수사는 결단을 내렸다. “내가 책일 질 테니 오늘부터 포도 수확을 합시다." 그래서 수도원 소속 포도원의 포도를 다 수확하여 포도주를 만들었다. 독일도 인근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봄철이 되면 전년도 포도로 만든 와인을 병에 담아서 지하실에 저장해 두고, 포도주 공장 인부들이 그때부터는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하곤 하였다. 매년 와인을 병에 담을 때쯤이면 상급 수도원의 신부들, 수녀들, 수사들이 작년도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의 맛이 어떨까 하고 상당히 궁금해 하면서 관할하고 있는 수도원들에서 그 전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의 샘플을 보내라고 지시하였고 가지고 온 샘플들을 시음하였다.
시음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와인은 맛이 엄청 훌륭하다. 어느 수도원에서 온 와인이냐"고 해, 알아보니 요하네스베르크에서 온 와인이었다. 요하네스베르크에서 와인 샘플을 가지고 온 사람을 불러서 "도대체 이 와인을 어떻게 만들었느냐?" 고 물어 보니 그 사람이 "늦게 수확했습니다(Spa"tlese)" 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하여서 이 '스페트레제'가 생겼다.
이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여 "아, 포도를 늦게 수확하면 더 좋은 와인이 되는 구나" 라고 생각하여 점점 더 늦게 수확한 포도로(다시 말하면, 점점 더 잘 익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독일에서 더 고급 와인의 등급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그 등급은 다음과 같다.
그 위 등급은 늦게 수확하면서 잘 익은 송이를 골라서 그 중에서도 잘 익은 포도 알 몇 개를 골랐다는 베에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
*필자 소개: 연세대 화공과 졸업, 미국 포도주 공장 연수(캘리포니아, 뉴욕 주), 독일 가이젠하임 포도주 대학에서 양조학 수학, 프랑스 보르도 소재 CAFA 와인스쿨 정규 소믈리에 과정 수료, 국산 와인 마주앙 개발 주역으로 중앙대, 세종대 초빙교수 역임,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단국대, 기업체 등에서 와인 특강, 저서로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세종서적)'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세종서적)', '와인 가이드(중앙북스)' 등 다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