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TV 뉴스에서 큰 선박을 건조한 후 바다에 띄우는 행사를 하는 것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과학이 발달하여 배도 튼튼하게 만들고 또 일기예보도 정확하여서 해난 사고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바다에서 예상치 못한 큰 풍랑이 있는 경우 해난 사고가 가끔 생긴다. 옛날에는 배도 작고 항해 기술도 발달하지 못하여 이러한 해난 사고가 많아 인명 피해도 컸다. 따라서 앞으로 항해하는 동안 인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풍파와 모든 불행한 사고를 헤치고 나가서 배와 선원들을 안전하게 지켜달라고 신에게 기원하는 제사 의식이 있었는데 이러한 의식이 진수식 혹은 명명식이었다. 항해 중 발생하는 모든 재난을 신들이 좌우하기 때문에 배가 진수할 때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대에서 인간사의 많은 부분은 신이 아닌 인간이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로 들어오면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보다 앞날의 역경을 스스로 뚫고 나가라고 하는 뜻에서 샴페인이나 와인 병을 터트리는 것으로 바뀐 것은 자연과 신에 대한 시각이 서서히 달라진데서 오는 어쩌면 당연한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17 세기에 들어와서 영국에서는 해군의 군함들을 진수할 때에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귀한 성배를 배에 던져 깨지게 하였다. 그러나 해운업의 성장과 해군의 군비 확장으로 크고 작은 많은 군함들이 건조하게 되었는데 귀한 성배를 깨트리는 것은 낭비이고 또 옳지 않다고 하여서 성배 대신에 “와인을 한 병씩 깨트려라.”고 윌리엄 3세 왕이 칙령을 내렸다고 한다.
19 세기에 들어와서 미국에서는 꼭 와인이나 샴페인이 아니더라도 뱃머리에 성수를 붓기도 하여서 미국 해군에서는 군함의 명명식 때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강의 물을 가져와서 뱃머리에 붓기도 하였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제주가 사용되기는 하였으나 최근에는 샴페인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고 선박의 명명식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성대하게 진행되었고 사용되는 샴페인도 점점 귀한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명명식에서는 선박의 주인이 되는 회사 측에서 특별히 선발한 귀부인이 행사의 클라이막스에서 “나는 그대를 ㅇㅇㅇ로 명명하노라(I christen thee ㅇㅇㅇ)” 하고 샴페인을 뱃머리에 부딪쳐서 깨어지도록 하고 그 다음에 배를 고정시키고 있는 밧줄을 자르면 큰 배는 서서히 바다로 진수하게 된다.
1912 년 4월 14일 진수한 타이타닉호는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앞으로의 항해에서 침몰 등의 해난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는지는 혹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를 알 수 없으나 샴페인 터트리는 등의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배는 거의 국가적인 환송 행사를 마치고 처녀항해를 하다가 밤에 큰 빙산과 부딪쳐서 많은 승객들과 함께 침몰하는 비극적인 사고를 맞았다.
또 어떤 명명식을 TV에서 봤는데, 악대의 연주가 끝나고 귀부인이 샴페인을 줄에 달아서 배에 부딪쳐 깨어지게 하는 순서에서 갑자기 샴페인 병을 들고 줄을 붙잡고 본인이 스스로 배에 부딪치는 일이 발생하여서 주위의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식장과 뱃머리가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귀부인이 줄을 놓치기라도 하는 경우 땅이나 바다로 떨어지는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도 그 분이 힘이 세었는지 뱃머리에 쿵하고 부딪치고는 떨어지지 않고 다시 행사장 쪽으로 돌아왔다. 희한한 장면이었다. 자세히 보니 샴페인 병이 깨지지 않고 그냥 들고 있었는데, 그 후 그 배가 사고 없이 잘 향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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