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불순, 갑자기 왜?
2011년 06월 09일 11시 15분 입력

이은미 (이은미내추럴한의원 원장)

 

얼마전 한 여대생이 와서 생리불순에 대한 상담을 하고 갔다. “갑자기 왜 이럴까요? 다치거나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번 달에 생리를 두 번이나 했어요.”

그녀를 진찰해보니 자궁이나 소화기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 건강상 병적인 증세가 없을 때 짚이는 것은 단 한가지. “혹시 요즘 신경을 많이 쓰는 일 없어요?” 내가 이렇게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설마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요즘 교환 학생으로 미국 가는 일에 매달려 있는데, 그게 생리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역시 마음 따로 몸 따로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현대인이다.


신경을 많이 쓰면 간의 기운이 울결(鬱結; 막히고 엉킴)된다. 그로 인해 간과 신장의 기운이 제대로 순환이 안되면 금방 생리불순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신경을 많이 써서 생리불순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절대로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이사 가는 날이나 중요한 모임이 있는 날, 생리 예정일이라 걱정하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생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는 평소 7정(기쁨, 성냄, 걱정, 생각, 슬픔, 놀람, 두려움)을 잘 다스려야 모든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7정이 너무 없어도 안되겠지만 너무 지나쳐도 병이 된다. 항상 마음의 평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궁이 차거나 몸이 허약할때, 소화기 계통이나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때, 습담(수분과 담음)이 많아서 비만일때도 생리불순이 온다.

 

“내 몸은 항상 내게 얘기하고 있다. 내 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이 말을 환자들에게 꼭 하고 싶다. 어떤 병이 심각하게 들기 이전에 우리 몸이 이미 신호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입이 마르는 것이다. 평소에 기름진 것을 많이 먹고 운동을 안해 노폐물이 축적되어 생기는 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대사시켜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몸 안에 수분이 모자라니 입이 마를 수 밖에 없다.

 

여성들은 병을 눈치채기가 더 쉽다. 생리와 분비물의 상태를 건강의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생리주기가 이상해지거나 생리혈이 검어진 경우, 분비물에서 심한 냄새가 나는 경우 곧바로 그 원인을 찾으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훨씬 적어진다.

 

이렇게 모든 병은 미리 알고 조치하면 피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고 있다가 병에 걸리는 환자들을 많이 봐왔다. 과일이 익을 만큼 익었으면 꼭지가 떨어지는 것처럼, 병이 깊이 들 만큼 들어 바깥으로 나타나는 것을 '갑자기, 왜?'라고 생각하지 말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