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체르노빌 피해자들의 절규
2011년 06월 03일 10시 54분 입력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끔찍한 피해를 이야기할 때 보통 원전이 위치한 우크라이나 인근 대국인 러시아의 사례를 주로 든다.

그러나 사고 당시 바람의 방향 탓에 낙진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옆 작은 국가 벨라루스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벨라루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널리스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새잎 펴냄)는 그동안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았던 벨라루스의 체르노빌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구 1천만 명의 작은 나라 벨라루스는 원전이 하나도 없는 나라였지만 체르노빌 원전과 국경을 접한 탓에 전 국토의 23%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

오염지역에는 국민의 5분의 1인 21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이중 어린이가 70만 명이다.

이 책은 체르노빌 사고를 겪은 평범한 주민들부터 해체 작업자, 카메라 감독, 군인, 심리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생생한 1인칭 증언을 통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참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일곱 살 딸을 사고로 잃은 한 아버지는 사고로 인해 "도시가 아니라 인생 전부를 잃었다"고 말하고 한 교사는 "우리가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누가 잘못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울부짖는다.

사고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체르노빌의 아이들'에게는 그때의 비극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나는 열두 살이에요. 나는 집에만 있어요. 나는 장애인이에요. (중략) 우리 반 애들이 내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걸 알아냈을 때, 내 옆에 안 앉으려 했어요. 나한테 닿을까봐 무서워했어요."(386쪽)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방사선을 그려보세요.' 나는 노란 비가 내리는 그림을 그렸어요. 빨간 강도 그렸어요."(387쪽)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체르노빌을 겪어 본 인류는 핵 없는 세상을 향해 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체르노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며 "나는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고 말했다.

김은혜 옮김. 408쪽.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