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을 알아야 ‘성격’을 다스린다
2011년 06월 02일 14시 15분 입력

생후 16주된 리사와 마저리에게 밝은 색이 칠해진 모빌이나 동물 봉재완구를 얼굴 앞에서 흔들고 희석된 알코올을 묻힌 면봉을 코앞에 갖다대는 등의 여러 낯선 자극을 가했다.

  

이러한 자극에 리사는 팔다리를 가만히 둔 채 얌전하게 웃기만 했고, 마저리는 사지를 야단스럽게 흔들며 울음을 터뜨렸다.

  

16년 후 고등학생이 된 이들을 다시 만났을 때 리사는 느긋하고 자연스러운 성격의 소녀가 됐고 마저리는 소심하고 불안해하는 성격의 소녀로 자라있었다.

  

저명한 발달심리학자인 제롬 케이건 하버드대 교수가 1989년부터 450명 이상의 생후 16주 아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이미 아기 때부터 사람별로 다양한 기질이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0년 출간한 책 ‘성격의 발견’(시공사 펴냄. 원제 'The temperamental thread)은 케이건 교수가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잠재된 기질과 환경이 성격을 형성하는 과정을 밝힌 책이다.

  

제롬 교수는 성격 형성에 있어 타고난 기질의 영향력에 더 무게를 싣는다.

  

그가 1960년대 실시한 한 연구에서도 생후 첫 3년 동안 소심하고 수줍음을 타던 아동은 성인이 된 후에도 의존적이고 도전을 꺼리는 성격으로 발전했으며 교사, 학자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했다.

  

반면 겁 없고 대담했던 아이들은 축구팀 코치, 기업가 등 불확실성이 큰 직업을 택했다.

  

그러나 타고난 기질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전부는 아니다.

  

유전적인 기질적 편향 못지않게 아이가 겪은 환경 역시 성격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타고난 기질을 정확히 파악해서 그에 맞는 양육법으로 그 기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속에서 케이건 교수는 “어릴 적 자녀의 기질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 자녀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최선의 성과를 얻도록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어떻게 응용해야 하는지 잘 준비하거나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난히 까다로운 아이를 가진 부모가 자신의 양육법만 탓하며 자책하거나 조용한 아이에게 무리한 활동성을 강요하는 등의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뇌 과학과 심리학 등을 동원해 성격 발달 과정을 설명한 이 책은 아이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부모나 교사들에게도 유용한 지침을 제공한다.
   

김병화 옮김. 308쪽. 1만5천원.